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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땐 ‘이재명 마케팅’ 하더니…본선서 李 거리두는 野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른바 ‘친(親)이재명 캠페인’을 통해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수도권 험지 후보들이 본선에선 이재명 대표와의 거리 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민주당의 한 수도권 후보는 24일 “보수세가 강한 이 지역에서 2년 넘게 밭을 다져놨는데, 최근 이 대표 강성 발언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며 “이 대표를 비롯한 강성 후보들이 지원 온다는 게 별로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쟁성 현수막도 다 철거했다”며 “오히려 공동 선대위원장인 김부겸 전 총리가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 경선에서 이재명 대표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른바 ‘친명 마케팅’으로 현역 의원을 꺾었다.

SBS 김태현의 뉴스쇼 캡처

SBS 김태현의 뉴스쇼 캡처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인 비명계 박광온 의원을 경선에서 이긴 김준혁 후보도 최근 이 대표와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김 후보는 22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나는 이 대표와 개인적으로 가깝지 않다. 자주 만나거나 이야기를 해 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에 제가 이 대표를 위한 책을 썼다거나 이런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며 “제가 쓴 책들은 이재명과 정조를 동일시하는 내용은 단 한 줄도 없다. 칭송하는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학과 박사 출신으로 ‘정조대왕 전문가’로 불리는 김 후보는 2021년 8월 펴낸 『이재명에게 보내는 정조의 편지』에서 이 대표와 정조가 고통스러웠던 어린 시절과 가족 간의 불화, 그리고 포용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는 취지로 서술했다. 그는 1월에 펴낸 『왜 이재명을 두려워하는가』 서문에도 “나는 확신한다. 정조와 김구, 장준하의 꿈을 이재명이 반드시 이뤄내리라는 것을”이라고 적었다. 김 후보가 도전하는 경기 수원정은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와 이언주 전 의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 대표의 요청으로 민주당에 복당해 경기 용인정에 전략공천을 받은 이언주 후보는 ▶전 에쓰오일(S-Oil) 상무 ▶전 르노삼성자동차 법무팀장 등의 경제 관련 이력을 앞세우고 있다. 경기 용인정은 기흥구 일부의 진보지역과 수지구의 일부의 보수지역이 병존한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선거가 임박하면 격전지 후보들이 이 대표와 더 강하게 선을 그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대표의 잇따른 돌출 발언이 접전지 후보에게 부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왜 중국에 집적대나,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 뜻)하면 된다”(22일) 발언에는 당에서도 “반중 정서를 자극하면 마이너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대표가 23일 경기 북부 분도(分道) 공약을 겨냥해 “강원 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데 대해선 국민의힘에서 “강원도가 전락하는 곳인가. 당장 강원도민에게 사죄하라”(박정하 선대위 공보단장)는 비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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