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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때려 숨지게 한 30대, 교도소서 자살…法 “국가가 배상”

중앙일보

입력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전력이 있는 수용자가 교정시설에서 자살했다면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임수정)는 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30) 모친 B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2심을 심리한 끝에 국가가 B씨에게 14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강제조정했다.

강제조정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화해 조건을 결정해 양측이 이의가 없을 때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A씨는 대전에서 보도방을 운영하면서 B양(16)을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한 뒤 방치해 결국 뇌출혈 합병증으로 숨지게 한 상해치사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8년부터 수감 중이었다.

A씨는 수감된 뒤 정신질환 진단을 받고 수면제 등 약물을 받아 복용했고, 대전교도소에 있을 때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이후 충주구치소로 이감된 A씨는 2020년 12월 10일 상고 기각으로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몰래 모아 둔 약물을 이용해 닷새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씨는 2022년 4월 A씨 사망에 다른 위자료 등 약 7200만원에 지연이자를 더해 지급해 달라는 국가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약 10개월간 이 사건을 살펴본 뒤 ‘교정시설에 A씨의 죽음을 막지 못한 책임이 분명히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시설 관리자는 피구금자 생명과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고, A씨는 우울증·자살 충동으로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며 “의료과 소견과 심리상담 결과를 알고도 관찰을 강화하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인정된다”고 배상 책임 근거를 설명했다.

단 1심 재판부는 A씨가 교도관 감독을 피해 다량의 약을 숨겨왔다는 점에서 책임 범위를 10%로 제한해 약 2192만원과 그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해당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에서는 배상 범위만 줄이고 책임은 그대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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