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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아내들도 홀린 올리브영, '외국인 집앞배송'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러스(LA) 다저스팀이 ‘서울시리즈’를 위해 지난 15일 방한한 가운데 선수단의 아내들이 CJ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러스(LA) 다저스팀이 ‘서울시리즈’를 위해 지난 15일 방한한 가운데 선수단의 아내들이 CJ 올리브영 매장을 방문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의 한 ‘올리브영’ 매장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찍은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환하게 웃으며 연두색 올리브영 쇼핑백을 들어 보인 이들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를 위해 방한한 선수들의 아내 10명. 방한 외국인들의 필수 방문 코스에 포함된 올리브영의 위상이 확인된 사진이었다.

그런가 하면 이달 초 가수 미노이와 소속사 간 갈등에도 올리브영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소속사 대표가 미노이에게 광고 제품을 소개하며 ‘올리브영에 입점했으니 믿을 만하다’고 보낸 메시지가 공개된 것.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가 여느 때보다 높아진 걸 요즘 실감한다”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김지윤 기자

CJ올리브영(올리브영)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국내 뷰티 시장 1위를 꿰찼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CJ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리브영의 지난해 매출은 3조8612억원. 전년(2조2774억)보다 40% 가까이 성장했다. 통계청 자료로 추산한 국내 뷰티 시장은 지난해 25조1411억원 규모로 올리브영이 이중 15%를 차지한 것이다.

올리브영은 2020년 시장점유율 9.7%에서 3년새 10.5%→ 12.2%→ 15%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미용·건강용품 시장 개념인 헬스앤뷰티(H&B)로 범위를 좁히면 2020년부터 이 시장의 매출의 90%는 이미 올리브영 차지였다. 글로벌 화장품 편집샵 세포라가 5월부터 국내 사업을 철수하고, 앞서 롯데쇼핑의 롭스와 GS리테일의 랄라블라(구 왓슨스)가 차례로 백기를 든 이유다. 대기업들과 뷰티 시장 경쟁에서도 이겼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매출 3조6740억원, 영업이익 1082억원을 기록해 올리브영에 밀렸다.

CJ그룹 내에서 올리브영 입지도 달라졌다. 1999년 올리브영 1호점을 연 이래 오프라인 점포(지난해 말 1338개)를 꾸준히 늘리며 성장한 올리브영은 지난해 CJ그룹의 전체 매출(41조3526억) 중 9.3%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올 초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5년 만의 현장 경영으로 올리브영 사옥을 찾을 정도였다.

중소기업·옴니채널·관광필수코스

올리브영의 성장은 국내 중소 뷰티기업 제품을 발굴하면서 두드러졌다.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롭스와 왓슨스가 매장에 백화점 브랜드를 입점시키거나 동남아 색조 브랜드를 들여온 것과 달리 올리브영은 '비빌 언덕'이 없었다. 2000년대 초 유행한 더마 코스메틱(약국 화장품) 이후 상품 차별화를 고민하던 올리브영은 국내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중소기업 제품 중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품질은 좋은 신진 브랜드 발굴에 나선 것. 지금도 2만여 개가 넘는 올리브영 상품 중 80%는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다. 백화점에 입점하기는 어렵고, 일반 할인마트에 유통하자니 브랜드 이미지가 우려됐던 중소기업의 필요와도 잘 맞았다. 지난해 올리브영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한 브랜드 중 국내 중소기업 비중은 51%에 달한다. 연 매출 1000억을 기록한 국내 브랜드(클리오, 라운드랩)도 두 곳이나 나왔다.

CJ올리브영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면 가까운 매장에서 당일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면 가까운 매장에서 당일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소비자를 연결한 옴니채널 전략은 코로나 19를 맞아 빛을 발했다. 코로나 19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어려워지자 다양한 화장품을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올리브영몰로 온라인 수요가 몰린 것. 지난해 3분기 기준 올리브영 매출에서 온라인 비중은 26%에 달했다. 여기에 촘촘하게 갖춘 오프라인 점포를 기반으로 2018년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온라인 주문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3시간 이내 배송해주거나 원하는 매장에서 픽업하고, 온라인 주문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 반품할 수 있게 했다. 2005년 20여개에 불과했던 오프라인 매장은 2017년 1074개, 2020년 1259개, 지난해 1338개로 늘며 각 매장이 그 자체로 물류 거점 역할을 했다.

웰컴기프트를 받으려고 무인 기계 앞에 서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우측은 올리브영 내에 마련된 환전소다. 이수정 기자

웰컴기프트를 받으려고 무인 기계 앞에 서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 우측은 올리브영 내에 마련된 환전소다. 이수정 기자

지난해 앤데믹 전환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쇼핑보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등 개별 점포 쇼핑을 선호한 것도 매출 증가를 이끌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에서 구하기 어려운데 한국에선 더 싼 중저가 화장품을 찾는 외국인이 늘며 관광객 인기 장소에 올리브영이 올라갔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최초로 선보인 외국인 특화 매장 ‘올리브영 명동 타운’점은 지난 1월 기준 고객의 90%가 외국인으로 일평균 2000명이 다녀간다. ‘핫플’로 꼽히는 강남·성수 일대 올리브영에선 지난해 상반기 외국인 방문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8배 늘었고, 매출은 10배로 뛰었다.

'외국인 집앞 배송'키우는 올리브영

올리브영 글로벌몰 홈페이지 모습. 60달러 이상 구매시 미국으로 무료배송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캡쳐

올리브영 글로벌몰 홈페이지 모습. 60달러 이상 구매시 미국으로 무료배송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캡쳐

국내 시장을 질주하는 올리브영은 해외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 올리브영을 경험한 외국인이 자국에 돌아가서도 ‘집 앞 배송’으로 구매를 이어가도록 역직구 글로벌몰을 키우는 데 주력한다. 2019년 3만명 수준이던 글로벌몰 회원 수는 지난해 120만 명으로 늘었고, 150개국에서 역직구 쇼핑이 일어나고 있다. 배송 기간은 최대 7일, 60달러 이상 구매 시 배송비 25달러를 할인해준다. 인스타그램·틱톡 등 SNS를 통해 해외 방문자 유입량을 키운 글로벌몰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80% 늘었고, 주문 수는 69% 증가했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들이 스킨케어 제품을 가장 많이 구입한다.

증권가에서는 CJ대한통운이 2026년~2027년 북미물류센터 건설을 계획하는 만큼 올리브영 글로벌몰과의 협업을 통해 동반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본다. 올리브영 측은 “현재는 국제 배송 업체를 통해 배송이 이뤄진다”며 “추후 방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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