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금속제 대추야자 숲, 루브르 아부다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아랍에미리트(UAE)는 호르무즈 해협 남쪽의 7개 토후국이 1972년 창설한 연방국이다. 가장 넓고 부유한 아부다비가 대통령직을, 세계적 개발도시 두바이가 부통령직을 맡고 있다. 석유 자원이 고갈된 두바이는 부르즈 할리파 등 ‘세계에서 가장 높거나 거대한’ 부동산 개발로 이후의 시대를 준비했다. 반면 풍부한 산유국 아부다비는 녹지공간을 확대하고 문화시설을 유치하는 장기적 전략을 택했다.

2017년 개장한 루브르 아부다비는 파리 루브르와 협약을 맺어 명칭과 전시품 일부를 대여해 운영하고 있다. 협약 후 30년 기한의 권리금으로 12억 달러를 지불했다. 바다 위에 건설한 이 박물관은 55개의 작은 건물들의 집합체이며 23개 동(棟)을 전시실로, 나머지는 교육과 휴게시설 등으로 구성했다. 복잡하게 배열된 건물들 사이로 바닷물이 넘실거리고 그 위를 직경 180m의 금속제 돔이 덮고 있다.

공간과 공감

공간과 공감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주조된 알루미늄 그물들을 겹쳐 거대한 돔을 조성했다. 겉 네 겹과 속 네 겹 사이에 5m 간격을 두어 환기를 원활히 했다. 110m 간격의 숨겨진 기둥 네 개로 지지한 돔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UFO와 같다. 겹쳐진 금속망은 큰 그늘을 이루지만 곳곳의 불규칙한 구멍으로 태양 광선이 떨어진다.

이 과감한 건물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작품이다. 산유 이전의 아부다비는 대추야자 재배가 전부인 사막 토후국이었다. 누벨은 야자 숲속 그늘에 떨어지는 ‘빛의 비’에 착안해 박물관을 설계했다. 그늘 속의 걸러진 빛과 해수면에 반사된 어른거림이 전시실 사이 산책로에 가득하다. 아라비아의 자연을 건축화한 감동적인 풍경이다. 그는 일찍이 파리에 아랍문화원을 설계해 주목받았고 카타르 국립박물관 설계를 맡는 등 아랍권의 ‘최애’ 건축가가 되었다. 성공에 도취한 아부다비 정부는 박물관 바로 옆, 사디야트 섬에 노먼 포스터, 프랑크 게리, 자하 하디드 등 세계 건축계의 ‘셀럽’(명사)들을 총동원해 8개의 문화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