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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병기 ‘필향만리’

夢見周公(몽견주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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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노년에 “심하구나, 나의 노쇠함이여! 오래되었구나, 꿈에 주공(周公)을 다시 못 뵌 지가”라는 탄식했다. 주공은 주나라를 세운 문왕의 아들이자 무왕의 동생이다. 형 무왕이 죽자 어린 조카 성왕의 섭정(攝政)을 맡았으나 왕위를 넘보지 않고 성왕을 도와 문물제도를 정비하여 주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夢:꿈 몽, 見:볼 견, 周:주나라 주. 꿈에라도 주공을 뵙고 싶구나! 2566㎝

夢:꿈 몽, 見:볼 견, 周:주나라 주. 꿈에라도 주공을 뵙고 싶구나! 2566㎝

공자는 주공의 이런 인품과 문화력과 영도력을 높이 추앙하며 그의 도를 실천·선양하고자 하였다. 자나 깨나 주공 생각에 주공을 꿈속에서 만나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실천력이 떨어지고 열정이 식은 탓인지 꿈에 주공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공자는 자신의 노쇠함을 한탄하며 꿈에 주공을 다시 뵐 수 있기를 염원하였다. 여기서 ‘몽견주공(夢見周公)’이라는 4자성어가 나왔다. 주공과 같은 인물을 칭송하며 따르려는 의지를 표현한 성어이다. 고려 말의 충신 정몽주(鄭夢周) 선생의 부모는 아예 자식의 이름을 ‘몽주’라고 지어 ‘몽견주공’의 소망을 담았다.

지금, 우리에게는 꿈에 그려야 할 정치인이 있기나 한 것일까? 기념관은 그리워하거나 기릴 일이 확실할 때 지어야 지탄이 없다. 건축에 앞서 일부만이 아닌 대다수 국민이 꿈에 그릴 정도로 기념할 만한 인물인지를 검증해야 한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