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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악지, 첫 천만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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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배우 김고은(사진)은 영화 ‘파묘’에서 컨버스를 신는 ‘MZ 무속인’ 화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 쇼박스]

배우 김고은(사진)은 영화 ‘파묘’에서 컨버스를 신는 ‘MZ 무속인’ 화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 쇼박스]

영화 ‘파묘’(장재현 감독)가 천만 관객을 달성했다. 마니아 장르로 알려진 오컬트 영화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24일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파묘’는 개봉 32일째인 이날 오전 8시 누적 관객수 1000만1642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하며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이는 지난 연말 천만을 돌파한 ‘서울의 봄’보다 하루 빠른 속도이자, ‘범죄도시3’와 타이 기록이다. 역대 32번째 천만 영화이자, 한국 영화로는 23번째 기록이다.

천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지난 19일 열린 GV(관객과의 대화) 행사에서 최민식은 “축제 같다. 이렇게 보람을 느낄 때가 드문데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민식은 역대 흥행 1위(1761만 관객)를 지키고 있는 ‘명량’(2014) 이후 10년 만에 두 번째 천만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올리게 됐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았다.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를 만든 ‘오컬트 장인’ 장재현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 등이 출연했다.

컨버스를 신은 무당 화림(김고은), 경문으로 문신을 새기고 헤드폰을 쓰는 무당 봉길(이도현) 등 고정관념을 깬 ‘MZ 무속인’ 캐릭터로 젊은 층에 입소문을 냈다. 한국인의 정서를 깊이 파고든 항일 코드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

‘파묘’의 1000만 달성을 축하하는 장재현 감독(첫 줄 왼쪽 둘째)과 배우들. [사진 쇼박스]

‘파묘’의 1000만 달성을 축하하는 장재현 감독(첫 줄 왼쪽 둘째)과 배우들. [사진 쇼박스]

장 감독은 이 작품을 위해 무속인·풍수사·장의사를 찾아다니며 2년 가까이 그들을 관찰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그는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실제로 젊은 무속인이 많다. 고급차를 타고 오는데 트렁크에 닭피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이름을 극 중에 사용한 것에 대해선 “독립기념관에서 감명을 받아 감히 소환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극장가 비수기인 2월에 개봉했음에도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여도, 비수기에 개봉해도 웰메이드 영화라면 얼마든지 흥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파묘’는 아시아권 국가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배급사 쇼박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는 20일 만에 약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현지 개봉 한국 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베트남에선 한국 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고, 대만에선 일주일 만에 2888만 대만 달러(약 12억원)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판권은 133개국에 팔렸다.

해외영화제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이어 홍콩 국제 영화제, 우디네 극동영화제에 초청됐다. 내달 9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에는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는 스페인의 시체스 영화제, 포르투갈의 판타스포르토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꼽힌다. ‘괴물’(봉준호 감독), ‘악마를 보았다’(김지운 감독) 등이 대상 격인 황금까마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 크리스 오르겔트는 “‘파묘’는 종교와 죽음, 그리고 사후 세계를 다루며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초자연적인 작품”이라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장 감독은 “한국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외국 관객 역시 순수하게 장르적 재미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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