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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위기의 정관장, '재능이' 김세인이 구했다

중앙일보

입력

여자배구 정관장 김세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정관장 김세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경기 한 시간 전까지도 선발 출전을 몰랐다. 하지만 승리에 힘을 보탰다. 정관장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21)이 플레이오프(PO) 2차전 깜짝 활약을 펼쳤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PO(3전 2승제) 2차전을 앞두고 "김세인을 선발로 넣겠다"고 했다.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박혜민 대신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 넣겠다는 거였다. 김세인이 올 시즌 선발로 나선 건 딱 한 번 뿐이었다. 이미 3위로 PO 직행이 결정된 뒤 치른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13점)이 유일했다.

김세인은 경기 뒤 "흥국 상대로 이겨서 기분이 매우 좋다"고 기뻐했다. 그는 "초반엔 긴장되기도 하고, 서브가 저한테 오면 어떻게 버텨내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PO 2차전에서 득점한 뒤 김세인을 칭찬하는 정관장 박은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PO 2차전에서 득점한 뒤 김세인을 칭찬하는 정관장 박은진.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세인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30점)와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25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9득점(공격성공률 33.3%)을 올렸고, 리시브 효율(64.7%)을 기록했다. 고희진 감독은 "

상대가 분명히 혜민이가 나오는 걸로 생각하고 블로킹과 수비를 준비할 게 뻔했다. 카드를 바꿨을 때 어수선할 거라 생각했다. 세인이를 '왜 트레이드해왔는지'를 정말 보여준 경기다. 김세인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사실 경기 직전까지 김세인은 자신이 선발로 나선다는 걸 몰랐다. 2차전 하루 전날 연습 때는 박혜민과 번갈아 주전들이 뛰는 A코트에 들어갔고, 경기 당일 오전 훈련 때는 먼저 들어갔다. 함께 인터뷰를 한 한송이는 "선수들은 눈치로 세인이가 선발이란 걸 알았다"고 했지만, 김세인은 "기대하지 않았다. 준비는 했는데, 혜민 언니가 리시브를 잘 하니 먼저 들어갈 줄 알았다"고 했다. 김세인은 "어안이 벙벙하고, 긴장도 되면서 한편으로는 잘해야 겠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정관장 김세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여자배구 정관장 김세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세인은 2021~22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된 창단 멤버였다. 키는 1m73㎝로 크지 않지만, 상위 순번으로 뽑혔고 디그 전문 리베로로 주로 나섰다. 1년 뒤 김세인은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세터 이고은의 보상선수였다. 그러나 도로공사엔 리시브가 뛰어난 자원이 많았다. 컵대회에선 활약을 펼쳤지만, 31경기 모두 교체로 코트를 밟았다. 프로 첫 우승도 경험했으나 조금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김세인은 1년 만에 두 번째 이적을 경험했다. 2대2 트레이드를 통해 안예림과 함께 정관장으로 이적했다. 시즌 초반엔 기회가 많지 않았다. 3라운드까지 9경기 출전에 그쳤고, 4라운드엔 아예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부터 원포인트 서버 투입 이후 후위 세 자리를 지키는 역할이 돌아왔다.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에선 순위가 일찌감치 결정된 덕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발 출전까지 해 13점을 올렸다. 이날 경기의 활약은 결국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한송이는 "주변에서 생각하는 거보다 재능이 많은 선수다. 많고, 기술이 좋은 선수여서. '재능이'라고 부른다. 더 잘할 거 같다. 오늘 같은 경기에서 잘 한다는 거 자체가 대범하다. 플레이오프에서 떨지 않는다"고 했다.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PO 2차전에서 리시브하는 정관장 김세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2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의 PO 2차전에서 리시브하는 정관장 김세인. 사진 한국배구연맹

흥국생명도 김세인에 대한 준비를 하고 3차전에 나설 게 뻔하다. 김세인은 "하루 쉬고, 연습할 때 좀 더 리시브 면에서 강타도 잘 버텨낼 수 있게 하려 한다. 공격도 더 기술적으로 하고 싶다. 2단 연결이 오늘 잘 안됐는데 메가와 지아에게 잘 올려서 때릴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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