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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 없이 홈런으로 이겼다…문현빈도 회복 완료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가장 눈에 띄는 다크호스로 꼽힌다. 11년간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던 에이스 류현진(36)이 돌아오면서 단숨에 강력한 5강 후보로 떠올랐다. 한화 구단이 올 시즌 야심차게 내세운 슬로건도 '달라진 우리(Different Us)'다.

24일 잠실 LG전 승리의 주역인 한화 페라자. 뉴스1

24일 잠실 LG전 승리의 주역인 한화 페라자. 뉴스1

정작 류현진이 선발 등판한 개막전은 이기지 못했다. 류현진은 지난 23일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가 3과 3분의 2이닝 동안 6피안타 3볼넷 5실점(2자책점) 하고 패전 투수가 됐다. 지난해 통합 우승팀 LG는 리그 최강 타선을 앞세워 류현진을 괴롭혔고, 끝내 첫 승리를 가져갔다.

그러나 '달라진 한화'는 이틀 연속 지지 않았다.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8-4로 이겼다. 선발 투수 펠릭스 페냐가 6과 3분의 2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해 첫 승을 따냈고, 2년 차 내야수 문현빈이 개막전 실책의 아쉬움을 딛고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류현진이 아닌, 다른 선수들의 힘을 앞세워 하루만에 설욕에 성공했다.

24일 잠실 LG전 승리의 주역인 한화 페냐. 뉴스1

24일 잠실 LG전 승리의 주역인 한화 페냐. 뉴스1

이날 승리의 주역은 새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였다. 25세의 젊은 외야수 페라자는 10개 구단 타자들 가운데 가장 먼저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다. 두 홈런 다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기에 더 값졌다.

첫 홈런은 0-1로 뒤진 4회 초에 나왔다. 1사 후 타석에 선 페라자는 호투하던 LG 선발 임찬규의 체인지업이 한가운데로 몰리자 놓치지 않고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KBO리그 데뷔 2경기 만에 터트린 1호 홈런이었다. 페라자는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자마자 배트를 집어던지면서 한화 더그아웃을 향해 포효했다.

페라자는 또 한화가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 선두타자로 나서 다시 임찬규의 초구 커브를 힘껏 걷어올렸다. 타구는 똑같은 코스로 날아가 또 한 번 담장을 넘어갔다. 그는 경기 후 "홈런을 쳐서 팀과 함께 첫 승리의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어 기쁘다. 안타만 열심히 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해 세리머니도 크게 했다"며 "이렇게 큰 경기장의 만원 관중 앞에서 홈런을 칠 수 있어서 영광스럽고 기쁘다"고 했다.

24일 잠실 LG전 승리의 주역인 한화 채은성. 뉴스1

24일 잠실 LG전 승리의 주역인 한화 채은성. 뉴스1

LG가 추격을 시작한 8회 초에는 '주장' 채은성이 나섰다. 채은성은 8회 2사 1·2루에서 LG 불펜 유영찬를 상대로 비거리 126m짜리 대형 좌월 3점 아치를 그렸다. 한화는 이 이 홈런으로 7-2까지 달아나 승리에 사실상 쐐기를 박았다. 채은성은 "중요한 흐름에서 도망갈 수 있는 홈런이라 기분 좋았다"며 "팬분들이 올해 기대를 많이 하시는 것을 알고 있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그 마음을 꼭 충족시켜드리고 싶다"고 했다.

문현빈의 절치부심 활약도 빛났다. 문현빈은 1-1이던 5회 무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쳐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깼다. 한화가 그 후 한 번도 리드를 놓치지 않으면서 이 안타가 결승타로 기록됐다. 경기 후 만난 문현빈은 "첫 경기 실책으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류현진 선배님의 격려 덕에 아쉬움을 지우고 다시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문현빈은 개막전 선발 2루수로 나섰다가 2-2로 맞선 4회 2사 1루서 신민재의 2루수 쪽 땅볼 타구를 뒤로 빠트렸다. 이날 선발투수였던 류현진은 이후 연속 적시타를 맞고 3점을 더 내준 뒤 이닝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24일 잠실 LG전 승리 후 후배들을 격려하는 류현진(왼쪽). 뉴스1

24일 잠실 LG전 승리 후 후배들을 격려하는 류현진(왼쪽). 뉴스1

그러나 류현진은 4회가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문현빈에게 "내가 (후속 타자들을) 못 막아서 미안하다. 주눅 들지 말고, 고개 들고 (플레이) 하라"고 당부했다. 문현빈도 "선배님이 '미안하다'고 하셔서 나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 그 말씀을 듣고 마음을 다잡았다"며 "마음은 아팠지만, 한 경기가 끝이 아니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타석에 섰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한마음으로 의기투합한 한화는 그렇게 다시 일어나 값진 시즌 첫 승을 챙겼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원정경기였지만 3루 스탠드를 가득 메워주시고 큰 소리로 응원을 보내 주신 팬 여러분께 승리를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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