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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모은 미니어처 소방차 119점" 퇴직 소방관의 특별한 기증

중앙일보

입력

미니어처 소방차를 기증한 허세창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가족,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미니어처 소방차를 기증한 허세창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가족,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퇴직한 소방공무원이 전 세계를 다니며 수집한 미니어처(miniature·축소 모형) 소방차들을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기증했다. 2015년 용인소방서 근무를 끝으로 퇴직한 허세창(64)씨가 그 주인공이다.

허씨가 기증한 미니어처 소방차는 모두 119점. 1989년 소방관에 임관한 직후부터 하나둘씩 모은 것들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부터 중국·일본·홍콩·태국·미국·캐나다 등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구입한 것이다. 허씨는 “‘내가 소방관이니까 소방차를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가족 여행이나 출장을 간 곳에서 취미 삼아 하나씩 구입한 것들”이라며 “가지고 있는 소방차는 총 200여점 정도 되는데 일부는 손녀가 가지고 놀다가 망가트리기도 해서 119점만 기증했다”고 말했다.

그가 기부한 미니어처 소방차는 어린이 손바닥만 한 작은 것부터 50~60㎝까지 다양하다. 가격도 1만원 대부터 수십만원에 이르는 등 천차만별이다. 흰색, 녹색 등 빨간색이 아닌 소방차도 있다. 가장 비싼 건 독일에서 구입한 소방차라고 한다. “쇠를 녹여 수작업으로 만든 소방차라 크기가 작을수록 비싸다”는 것이 허씨의 설명이다. 그는 “소방차는 무조건 빨간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나라마다 차량 종류에 따라 흰색이나 파란색, 노란색 등으로 된 소방차도 있다”며“신고 번호도 유럽은 112 동남아시아는 114로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퇴직 소방관 허세창씨가 기증한 미니어처 소방차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퇴직 소방관 허세창씨가 기증한 미니어처 소방차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허씨가 거실 한쪽에 장식장을 설치하고 매일 먼지를 털어가면서 애지중지 보관하던 소방차들을 기증하게 된 건 소방사료관 개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소장품을 소장하는데만 만족하면 가치가 없어질 것 같았다”며 “수원시 권선구에 있던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오는 6월 팔달구 옛 경기도의회 청사로 이전하면서 내부에 소방사료관 개관을 준비한다는 얘길 듣고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허씨는 지난해에도 지인을 통해 받은 1951년 수원소방서가 작성한 화재 조사부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기증했다.

퇴직 소방관 허세창씨가 기증한 미니어처 소방차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퇴직 소방관 허세창씨가 기증한 미니어처 소방차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26년간의 소방관 생활을 마치고 퇴직했지만 그는 아직도 자신을 ‘소방관’으로 여긴다. 그래서 미니어처 소방차 기증 외에도 아내·아들·며느리·손녀 등 3대가 ‘따뜻한 동행 경기119’에 참여하기로 했다. 따뜻한 동행 경기 119는 매일 119원씩을 기부해 재난 취약 계층을 돕는 사업이다.

미니어처 소방차를 기증한 허세창씨가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미니어처 소방차를 기증한 허세창씨가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허씨가 기부한 미니어처 소방차와 화재 조사부는 오는 6월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이전한 뒤 내부에 조성되는 소방사료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퇴직한 이후에도 후배들의 활동에 높은 관심을 두고 적극 동참해 온 선배의 뜻에 고마움을 갖고 있다”라며 “다양한 소방 문화를 도민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사료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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