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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억원 투입에 사과 값 11% 하락…도매가 상승세는 여전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이후 사과‧배 등 식탁에 주로 올라오는 과일의 소비자 가격이 10% 넘게 떨어졌다. 과일 가격이 안정세를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금 오를 수 있다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도매가격 오름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 재정 투입 효과가 끝나는 대로 과일값이 다시 들썩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24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24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사과·배 가격, 10% 이상 하락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2일 기준 사과(후지‧상품)의 소매가격은 10개 2만4250원으로, 1주일 전인 15일(2만7424원)보다 11.6% 하락했다. 배(신고‧상품) 소매가도 10개 3만9312원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13.4% 떨어졌다. 1년 전이나 평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최근 들어 가격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최근 1주일 새 토마토(-12.9%), 딸기(-6.1%) 등 국내 과일뿐 아니라 바나나(-5.4%), 파인애플(-5.1%) 등 수입 과일 가격도 안정세다. 정부가 18일부터 농축산물 납품단가 지원(755억원)과 할인 지원(450억원) 등에 1500억원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추가 투입한 효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도매가 상승세는 여전

그러나 할인 지원 효과가 나타난 건 소매가격뿐이다. 도매가격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22일 사과 10kg의 중도매가격은 9만1780원으로, 1주일 전(9만9000원)보다 1% 올랐다. 배 15kg의 가격도 같은 기간 10만1200원에서 10만8600원으로 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사과와 배의 도매가격은 각각 121.5%, 147.3% 상승률을 보이면서 2배 이상 높아졌다.

정부 할인은 소비자가 대형마트 등을 통해 농축산물을 구매할 때 들어간다. 납품단가 지원은 하나로마트 등 유통업체가 사과 등을 납품받을 때 가격을 보조하는 형태다. 도매가격 자체를 낮추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사과‧배 등 과일류의 경우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 감소가 주된 가격 상승 요인이다. 예컨대 사과의 경우 지난해 이상기후 등으로 생산량이 전년보다 27% 줄었다.

사과와 배의 햇과일 출하는 7~8월쯤 이뤄진다. 향후 4개월가량은 공급이 급작스럽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때까지 정부가 재정을 계속 투입해야만 소비자 가격 하락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정부 할인이라는 시그널이 수요를 자극하고 공급자의 가격 하락 유인은 떨어트려 가격 안정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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