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막힌 아이디어, 4억 쥐어주고 창업시킨다…LG가 주목한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ISC동에서 LG전자 사내벤처 6개팀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마스킷 배호연 대표가 온라인 티켓 매니저 큐리스를 소개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ISC동에서 LG전자 사내벤처 6개팀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마스킷 배호연 대표가 온라인 티켓 매니저 큐리스를 소개하고 있다. 박해리 기자

“저는 오페라 가수를 꿈꿨던 성악가였습니다. 그리고 15년 경력의 데이터 엔지니어가 됐습니다. 회사 내 고객 경험 전문가와 함께 그동안 제가 느껴왔던 공연장 발권 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할 서비스로 창업했습니다.”(LG전자 사내벤처 마스킷 배호연 대표)

지난 20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전자 사내벤처 6개 팀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이 팀들은 지난해 11월 LG전자가 새롭게 시작한 사내벤처 선발 프로그램 ‘스튜디오341’을 통해 선발됐다. 이들은 이날 그간 현업에서 벗어나 서울 성수동 공유오피스에 모여 구체화한 사업을 사내 임원과 외부투자자들 앞에서 소개했다.

심사를 통과한 팀은 회사에서 분사(스핀오프)해 ‘진짜’ 창업을 한다. 선발된 팀은 회사에서 2억원, 외부 투자사에서 2억원 등 총 4억원의 투자금을 받고 퇴사한다. 스타트업 CEO가 되는 것이다.

냉각 기술부터 배달 서비스까지 각양각색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ISC동에서 LG전자 사내벤처 6개팀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참가팀이 외부투자자들에게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박해리 기자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ISC동에서 LG전자 사내벤처 6개팀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참가팀이 외부투자자들에게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박해리 기자

6개 팀의 아이디어는 각양각색이었다. 전자제품 같은 하드웨어보다 서비스나 솔루션 분야에 집중됐다. 냉장고 개발 업무를 맡았던 이성훈 ‘신선고’ 대표는 개별 냉각이 가능한 신선배달 서비스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유동적인 수요에 대응하면서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박스 안에서 개별 냉각하는 방식이다.

품목별로 온도 조절을 할 수 있고 전체 문을 열지 않아도 돼 내부 온도를 지키기 유리하다. 항공 배송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 대표는 “과거 외부업체에서 요청이 들어왔던 서비스였는데 당시 기술적으로 실현이 어려워 사업화하지 못했다”며 “이제 기술 문제를 해결해 직접 창업에 도전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 소속이던 김주희 ‘파운드오브제’ 대표는 재활용업체와 구매자 간의 거래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폐플라스틱 거래가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주희 대표는 “재활용 원료 만드는 업체는 주로 50~60대 영세사업자들로 시장 가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장 확대에 따라 새 거래처를 찾기 원한다"며 "화학회사 구매 담당자들도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자들의 정보를 얻기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정보의 간극을 해결해주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색다른 아이디어도 눈길을 끌었다. '큐컴버’팀은 기존 배달 앱의 음식 포장주문 가격이 실제 판매 음식보다 300원~2000원 비싼 점을 개선할 '로컬 포장주문' 앱을 만들었다. 배달 앱들이 배달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라 음식점에서 포장비를 비싸게 책정한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여기에 사용자 간 네트워킹 기능도 넣었다.

이외에도 ‘엑스업’은 골프장 잔디관리 로봇 솔루션을, ‘텅킷’은 노후 건물개선을 위한 데이터 기반 진단 솔루션을 소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스핀오프 선발 기준은 기업 자체의 사업성과 성장성으로, 향후 회사와 사업 연계 등의 가능성도 고려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스타트업 자체를 두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벤처다운' 빠른 의사결정, LG전자에 필요"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ISC동에서 LG전자 사내벤처 6개팀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박해리 기자

지난 20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 ISC동에서 LG전자 사내벤처 6개팀의 데모데이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박해리 기자

LG전자는 이전에도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아직 실제 분사로 이어진 적은 없다. 이삼수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벤처다운' 빠른 의사결정과 리스크 테이킹이 LG전자 안에서도 이뤄져야 한다”라며 “새롭게 단장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스튜디오341이 그 도화선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사내벤처를 지원하는 'C랩 인사이드'와 외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C랩 아웃사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현재까지 총 866개(사내 391개·사외 475개)의 사내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현대차그룹은 ‘제로원컴퍼니빌더’, SK하이닉스는 ‘하이개라지라’는 이름의 내부 창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사내벤처 프로그램도 타성에 젖어 운영하면 ‘일하기 싫은’ 이들의 도피처가 될 위험이 있다”라며 “조직이 커지면 좋은 아이디어도 쉽게 사업화하기 힘들고 혁신성도 떨어지는데 기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역할을 사내벤처 프로그램들이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