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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1%' 노조가 판세 가른다…바이든, 경합주 절반 삼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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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대 노조의 지지를 얻어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경합주(swing state) 싸움에서 다소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노조원 수는 미 전체 유권자의 1%(215만 명)도 안 되지만, 경합주 6곳 중 절반인 3개 주의 표심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국철강노조(USW)는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서다. USW는 제철소와 광산, 고무공장, 철도 시설 등은 물론 지역 내 요양원, 사회기관, 콜센터, 신용조합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조직으로 조합원이 85만 명에 이른다.

두 노조가 러스트 벨트 지역의 표심을 좌우하는 핵심 세력인 만큼 바이든 캠프는 한껏 고무됐다. 줄리 차베스 로드리게스 바이든 대선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전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친노동자적이고 친노조적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그는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싸울 뿐만 아니라 미국산 철강을 늘리고 미국산을 구매해 전국적으로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등 그 약속에 부응했다”고 이번 지지 선언을 자축했다.

바이든, 경합 3개 주서 승리   

실제로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은 양대 노조의 지지에 힘입어 러스트 벨트 4개 주(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오하이오) 중 오하이오를 뺀 3개 주에서 승리했다. 특히 바이든이 승리를 거둔 3개 주는 이번 대선에서 네바다·조지아·애리조나와 함께 사실상 대선 결과를 결정짓는 경합주로 분류되는 곳이다.

박빙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선에서도 노동자 표심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 미국 내 선거 전략가들은 지난 대선 당시 이들 3개 주에서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득표 차가 노조원 수보다 훨씬 적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미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해당 지역의 득표 차는 펜실베이니아(8만 표), 미시간(2만 표), 위스콘신(15만 표)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지난해 기준 노조원 수는 펜실베이니아(74만 명), 미시간(56만 명), 위스콘신(20만 명)에 이른다.

양대 노조의 지지가 조합원의 표심을 자극하면 적은 표차로 승부가 나는 이들 경합주 투표 결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조합원 가족과 주변 상권 등까지 포함하면 노조의 지지는 득표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하버드 로스쿨에서 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레이니 뉴먼 박사는 “일부 노조는 중요한 지역에 선거운동을 위해 조직원을 파견하고 많은 자금을 쓴다”며 “이런 활동이 노조원뿐 아니라 일반 유권자의 투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힐러리 지지했을 때는 패배    

다만, 현 상황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6년 대선 당시 양대 노조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막상 투표함 뚜껑을 열자 트럼프가 러스트 벨트 4개 주를 모두 석권했기 때문이다. 노조 수뇌부의 판단과 달리 쇠락한 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이 대거 트럼프를 찍은 결과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양상은 다르지만 비슷한 현상이 일부 포착되기도 했다. CNN이 분석한 결과, 당시 펜실베이니아 노조원들은 근소한 차이로 바이든보다 트럼프에 더 많은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노조의 입김이 강해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빅 3(GM·포드·스텔란티스)’ 자동차 회사의 임금 인상 파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서 노조의 위상은 더욱 올라간 상태다.

재선에 빨간 불이 켜진 바이든은 이런 기류를 놓치지 않았다. 파업을 지지하고 나서며 노조를 추켜세웠다. 바이든이 지난 14일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이를 두고 동맹·협력국의 지원을 강조해온 현직 대통령의 행보로 보기 어려운 행태라는 비판도 나왔다. 그만큼 트럼프와 결전이 버겁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바이든은 노조의 강력한 지지가 없으면 격전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게리 허프바우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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