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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파랑 버려야 산다…"사람 봐달라" 당명 숨기는 험지 후보들

중앙일보

입력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월 전주 완산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운천 후보 페이스북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월 전주 완산구에서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운천 후보 페이스북

전북 전주을에 출마한 정운천 국민의힘 후보는 올 초부터 흰색 패딩에 남색 조끼 차림으로 출근길 인사에 나서고 있다. 가슴 위 ‘기호 2번’에만 부분적으로 붉은색을 쓰고 후보 이름, 슬로건을 검정이나 흰색 글씨로 새겨넣었다. ‘국민의힘’ 당명 역시 눈에 잘 안 띄는 크기로 적었다. 옷차림에서부터 소속 정당 대신 인물을 부각하는 이른바 ‘험지 출마자’ 패션이다.

정 후보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 겉옷에 새누리당 당명을 빼고 지역구를 누벼 111표 차이로 신승했다. 2000년 이후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전북 전 지역을 통틀어 거둔 유일한 승리였다. 21대 비례대표로 재선한 뒤 다시 지역구에서 3선에 도전하는 정 후보는 요즘 기자회견장과 건물 현수막에도 남색·흰색을 사용하며 국민의힘 당색 사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정 후보 측은 “소속 정당보다 후보의 진정성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뿐 아니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도 빨강 대신 흰색을 입는 경우가 적잖다. 이수정 후보(경기 수원정)는 빨간색 야구점퍼와 흰색 패딩을 번갈아 입으면서 유권자를 만나고 있다. 흰색 패딩에는 국민의힘 당명 대신 기호 2번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 문구를 넣었다. 빨간색 야구점퍼에는 이름과 기호를 크게, 국민의힘 당명을 작게 새겨놨다. 나경원(서울 동작을)·윤희숙(서울 중·성동갑) 후보 등 서울 지역 후보들도 흰색 패딩 차림을 SNS에 공유했다.

서울 서초을에 출마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일 서울 서초구에서 길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홍익표 후보 페이스북

서울 서초을에 출마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일 서울 서초구에서 길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 홍익표 후보 페이스북

당색이 파란색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험지 출마 후보들은 흰색 등 무채색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솔선수범”을 외치며 서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긴 홍익표 후보가 대표적이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 후보는 선거사무소 개소식 포스터에 파란 점퍼가 아닌, 검은 정장을 입은 사진을 크게 배치했다. 지역구 유세 역시 흰색 패딩·점퍼를 입고 소화 중이다. 당명, 기호 대신 ‘홍익표’라는 파란색 이름 석 자만 큼지막하게 옷 위에 새겼다. 서초보다 민주당세가 탄탄한 서울 성동에서는 홍 후보도 3선(19·20·21대) 내내 파란 점퍼 차림이었다.

민주당 영입 인재 5호인 강청희 후보(서울 강남을)는 ‘강남 닥터 강청희’와 기호·당명을 새긴 흰색 바람막이 재킷을 애용하는 모습이다. 의사 출신으로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이력을 강조하는 효과도 노렸다고 한다.

경남 통영-고성에 출마한 강석주 민주당 후보는 파란색도, 흰색도 아닌 일상복 차림으로 유세한다. 어두운 회색이나 감색 계열 겉옷에 ‘통영의 아들 강석주’ 어깨띠를 맨 채 지역구를 누비는 중이다. 경남도의원·통영시장 출신인 그는 정치색 대신 지역 인지도로 선거를 치른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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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상징색 사용은 권장이지 의무는 아니다”며 “흰색은 깨끗한 이미지 전달과 함께 험지 출마에 대한 동정표를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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