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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남극서 AI로봇으로 자원 채굴, 한국과 협업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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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2호 12면

우주광물 개발 시대 오나

20일 오후 본지와 인터뷰 중인 짐 케라발라 오프월드 대표. 그의 어깨 너머로 오프월드 홈페이지에 올려진 자원 채굴로봇의 모습이 보인다. 김성태 기자

20일 오후 본지와 인터뷰 중인 짐 케라발라 오프월드 대표. 그의 어깨 너머로 오프월드 홈페이지에 올려진 자원 채굴로봇의 모습이 보인다. 김성태 기자

공상과학(SF)이 현실이 되는 세상이다. 유인 화성탐사를 위한 40층 건물 높이(120m)의 거대 우주로켓이 개발되고, 세계 주요국들이 달 탐사 경쟁을 벌인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계획에 따르면 지금부터 3년 뒤 인류가 다시 달에 발을 딛고, 2030년이 되기 전에 달 궤도에도 우주정거장이 생겨난다.

이후 곧바로 인류가 달의 남극에 머무르는 달 기지 구축이 이뤄진다.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지만,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어엿한 현실이다. SF가 현실이 되는 비결은 뭘까. 첫째는 누군가 ‘공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꿈을 꾸고, 그 꿈을 실제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뒤따를 때 현실이 된다.

사람 없이도 자원 채굴할 수 있는 로봇

20일 대전엔 SF와 같은 인물이 찾아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룩셈부르크 우주청 등과 함께 우주 자원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글로벌 광산개발기업 오프월드의 짐 케라발라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이날 달의 남극 영구 동토층을 탐사하는 아르테미스 4단계 계획 참여를 위해 오프월드와 업무협약을 했다.

달의 남극은 유인 상주기지가 들어설 곳으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물과 산소·수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핵융합발전의 연료가 된다는 헬륨3 또한 널려 있다. 헬륨3는 지구상엔 없어 1t에 30억 달러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오후 지질자원연구원에서 만난 케라발라 대표는 양복에 넥타이를 맸지만, 꽁지머리에 수염까지 덥수룩하게 길러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튀어나온 듯 한 모습이었다.

한국인에겐 오프월드가 생소하다.
“광산에서 활약할 인공지능(AI) 군집 로봇을 개발하는 회사다. 사람 없이도 자원을 채굴·추출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이런 로봇을 달에 가지고 가서 물을 찾아내고, 로켓 추진연료로 쓸 수 있는 산소와 수소를 만들어 내는 작업을 하게 된다. 2016년 설립됐고, 직원은 100명가량 된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오프월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파사데나에 본사를 두고 호주 퍼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룩셈부르크에 지사를 둔 글로벌 스타트업이다. 회사 홈페이지(www.offworld.ai) 첫 화면엔 ‘AUTONOMOUS MINING ON THE EARTH AND THE MOON’(지구와 달에서 자율 채굴)이란 문구와 함께 무한궤도를 단 빨간색 로버 등 채굴로봇의 동영상이 나온다.

왜 달 자원 채굴인가. 창업 배경이 궁금하다.
“오프월드 창업 전까지 나는 인공위성과 우주발사체 관련 엔지니어였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우주 비즈니스를 하는 게 내 꿈이었다. 머잖아 인류는 지구를 넘어 달과 태양계 곳곳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문제는 지금도 80억 명에 달하는 인류에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 물의 수요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 해결책이 우주 자원을 활용하는 거다. 자원은 그 자체로 우주경제가 돌아가게 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다. 2020년대 말이 되면 많은 민간 기업들이 달의 물·헬륨3와 같은 자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우주자원 개발은 아직 먼 얘기 아닌가. 돈은 어디서 버나.
“대부분의 매출은 글로벌 광산기업인 앵글로아메리칸·BHP와의 협업에서 나온다. 각종 광산로봇 시스템을 개발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칠레 등지의 백금·구리 광산에 배치하는 일이다. 마이크로파 에너지를 이용해 단단한 암석을 채굴하기 쉬운 부드러운 성질로 바꾸는 혁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미국 NASA와 과학재단(NAF), 룩셈부르크우주청 등과 하는 협업 프로젝트들도 있다.”

NASA·룩셈부르크우주청과도 협업

지구 광산에서 돈을 벌어 우주 광산에 투자한다는 말인가.
“정확히 그게 우리의 목표다.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우주는 어둡고, 극한의 환경인데다 위성항법장치(GPS)도 없다. 이런 환경에서 로봇이 스스로 AI 센싱, 자율 작동 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돈이 많이 들겠다. 투자는 받았나.
“창업 이후 지금까지 받은 누적투자가 6000만 달러(약 800억원) 정도다. 8년이란 기간을 생각하면 좀 작을 수 있지만, 그간 광산 채굴을 통한 매출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상황이 나쁘지 않다. 지난해 1300만 달러(약 17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간 누적으로 5000만 달러(약 664억원)를 벌어들였다. 앞으로 2년 뒤쯤이면 손익분기점도 넘을 거라 본다.”

케라발라 대표는 1968년 영국 태생으로, 런던대 학부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학위 과정 외에도 서리대·아헨공대·국제우주대 등에서 항공우주공학과 우주선 공학 등을 공부했다. 영국의 소형 인공위성 회사인 서리 새틸라이트 테크놀로지의 발사 매니저 등 우주선 관련 엔지니어로 경력을 쌓아왔다. 미국 싱귤래리티 대학에선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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