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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미약품 최대주주 "OCI와 통합 반대, 형제 지지"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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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 한양정밀

한미약품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진 한양정밀

한미약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를 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다.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 등 모녀 측과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사장 형제 측이 대립 중인 가운데 신 회장이 형제 편에 서면서 OCI그룹과 통합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인 신 회장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신 회장은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인근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그간의 경영 실패와 최근 불투명한 경영권 거래 절차를 보며 기존 경영진을 지지할 수는 없었다”며 “임종윤·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빠르게 안정시키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형제 측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주요 주주로서 명확하게 의사를 밝혀 회사의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대주주들의 상속세 부담 등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의 지배구조와 경영권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거래를 (OCI그룹과) 행했다”며 “이로 인해 투자 활동이 지체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신 회장의 결정은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표 대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모녀(21.86%)와 형제(20.47%)의 지분에 별 차이가 없어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의 의중이 중요한 상황이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송영숙 회장의 지분은 11.66%, 임주현 사장의 지분은 10.2%다. 임종윤·종훈 사장의 지분은 각각 9.91%, 10.56%다. 창업주 일가 외에 신 회장(12.15%)과 국민연금(7.66%)이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신 회장이 OCI그룹과 통합을 반대함에 따라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표 대결에서 유리해지게 됐다. 현재 형제 측은 자신들을 포함한 5명을 새로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해당 안건이 주총에서 의결된다면 기존 이사진(4명)보다 다수인 신임 이사들이 OCI와 통합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이에 맞서 한미약품그룹은 장녀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한 상태다.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엔 기존 이사 4명을 포함한 이사진 10명이 모두 OCI와 통합을 찬성하는 현 경영진 쪽으로 구성된다.

OCI-한미약품 통합 후 예상 지분율 그래픽 이미지.

OCI-한미약품 통합 후 예상 지분율 그래픽 이미지.

이날 신 회장은 장기간 한미약품그룹에 투자해온 최대주주로서 고심 끝에 입장을 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성기 선대 회장과는 동향(경기도 김포) 선후배 사이로 가깝게 교류했으며 20년 이상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에 투자해왔다”며 “송영숙 회장과 세 자녀와도 오랜 인연을 이어왔기에 현 사태 이후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OCI와의 통합 추진안에 대해 송 회장으로부터 별도의 연락을 받은 적이 없고 언론보도로 소식을 처음 접했다”면서“OCI그룹과 형제 측으로부터 각각 입장을 들었고, 연구개발(R&D)을 향한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형제가 경영을 이끌어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이번 주총이 수 많은 소액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현 경영진의 경영 성과가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경영해 온 기간에 회사의 연구개발이 지연되고 핵심 인력들이 회사를 떠났으며 그 결과 주가도 상당히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모색하기를 바란다”며 “궁극적으로는 대주주 일가의 관계가 정상화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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