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이종섭 소환 당분간 어렵다"…李측 "그럼 출금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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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주호주대사의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2일 “이 대사 소환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물론 이 대사 본인도 전날 호주에서 귀국하며 소환 촉구서를 접수한 데 대한 공식 답변이다. 이 대사 측은 이에 “그럼 왜 출국금지를 하고 출금 해제엔 반대했느냐”고 반발했다.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공항을 떠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공항을 떠나고 있다. 김현동 기자.

공수처는 이날 공지문을 통해 “해당 사건의 압수물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과 자료 분석 작업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어 “최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인 뒤 수사 진행 정도 등에 대한 검토 및 평가, 변호인과의 협의 절차를 거쳐 소환조사 일시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를 놓고 공수처 안팎에선 이 대사의 공식 귀국 일정인 내달 4일까지 열리는 ‘방위산업 관련 공관장 회의’는 물론이고 “4·10 총선 전 조사는 불가하다”는 뜻이란 해석이 나왔다.

“사실상 총선 뒤로 미뤄”…‘실익 없다’ 판단한 듯

공수처가 그간 이 대사 소환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다가 이날 ‘조기 소환 불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여권의 총선 전 조기 조사 압박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앞서 이 대사가 지난 21일 ‘6개국 공관장 회의’를 명목으로 귀국하자 국민의힘은 “이 대사가 귀국했다. 이제 공수처가 답해야 한다”(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고 압박했다. 이 대사 본인도 전날 오후 변호인을 통해 공관장 회의가 끝나는 4월 4일을 거론하며 ‘소환조사 촉구서’를 내기도 했다.

공수처로선 이런 압박에 불구하고 지난해 7월 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건(과실치사)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아랫선(참고인) 조사도 착수 안 한 상황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대사를 당장 조사하는 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난 19일에도 “속도를 높이자 해서 액셀을 밟아 시속 100~150㎞ 질주하듯 할 수는 없다”며 “저희가 해온 대로, 하고 있는 대로 수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었다.

이 대사는 지난해 7월 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하겠다는 보고를 받고 결재한 뒤 이튿날 보류시킨 혐의(직권남용)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홍익표 원내대표. 김현동 기자 2024.3.21 현장풀

이종섭 주 호주대사가 21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홍익표 원내대표. 김현동 기자 2024.3.21 현장풀

이종섭 측 “출금 해제 반대 왜 했나”…野는 “뭔가 찜찜”

다만 공수처가 소환 조사 보류 입장을 밝히면서 “무리하게 출국금지를 했다”는 비판도 커지게 됐다. 공수처는 이 대사를 지난해 12월부터 석달간 출국금지를 연장하고, 법무부가 지난 8일 출금을 해제할 때 반대 입장을 냈다. 또 이 대사가 10일 출국하자 이틀 뒤인 12일엔 “추가 소환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 측 김재훈 변호사는 “출국금지를 몇 차례 연장하고 해제에 반대 의견까지 냈다던데 소환조사 준비가 아직도 안 된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출금과 해제 반대에 무슨 특별한 이유나 배경이 있었던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수처는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더니 정작 이 대사 귀국 후 조사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야권에선 “뭔가 찜찜하다”는 말도 나왔다. 사직서를 제출했던 김선규 수사1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수리 거부로 지난 20일 처장 직무대행에 복귀한 것과 맞물려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먼저 즉각 수사를 주장하자 여권도 역으로 즉각 수사를 주장했다”며 “이런 상황에 공수처가 머뭇거리는 그림을 만들면 ‘과잉수사’ 프레임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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