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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함께 피어날게"…천안함 영웅 딸 편지에 눈물 흘린 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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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 씨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낭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 씨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낭독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아빠 벌써 봄이네.”

‘이토록 빛나는 3월의 봄, 해가 빛나는 봄’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닌 김해봄양이 아버지 고(故) 김태석 원사를 기리는 편지의 첫 문장을 낭독하다 고개를 떨구었다.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현장에 있던 윤석열 대통령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해봄양은 2010년 천안함 피격으로 산화한 김 원사의 막내딸이다. 당시는 다섯살로 올해 대학생이 됐다. 해봄양은 떨군 고개를 다시 들어 “고마워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게. 지켜봐 줘”라며 눈물을 삼키고 편지를 읽어갔다. 눈시울이 붉어진 윤 대통령은 낭독을 마친 뒤 연단에서 내려오는 해봄양을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뒤 곧장 해봄양을 찾아가 “아버님께서 너무 예쁜 딸들을 두셨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 씨가 낭독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 씨가 낭독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은 제2연평해전과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에서 북한의 도발에 희생된 55명의 전사자를 기리는 국가공식행사다. 지난해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은 전사자 55명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는 롤콜(roll-call·이름 부르기)을 했다. 올해는 국민 55명이 전사자 이름을 불러주는 국민 롤콜 영상을 현장에서 틀었다. 그간 기념식은 국립현충원에서 개최됐는데 올해는 호위함 신(新) 천안함(FFG-826)이 작전 배치된 해군 2함대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편지 낭독 뒤 이어진 기념사에서 윤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서해수호 영웅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잊지 않을 것”이라며 “목숨을 바쳐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낸 영웅들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 뒤엔 북한에 경고장을 날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 씨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 씨와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 부르며 위협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남북이 70여년간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해 온 NLL마저 불법으로 규정하고, 새로운 해상국경선을 운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도발과 위협으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완벽한 오산”이라며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적당히 타협하여 얻는 가짜 평화는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라며 “정부와 군은 어떠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도 결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전사자 유족 및 참전 장병과 함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 “조사도 못 할 거면 왜 출국 반대했나”=대통령실은 이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종섭 주호주 대사 소환 조사는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이날 출입기자단에 “(이 대사 관련) 사건의 압수물 분석이 종료되지 않은 점, 참고인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소환 조사는 당분간 어렵다”고 밝혔다. 해병대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으로 지난해 9월 민주당에 고발된 이 대사는 지난 21일 귀국 후 공수처에 조속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사 준비도 안 된 공수처가 이 대사를 왜 수차례 출국금지 했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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