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베트남·라오스 도는 北대표단…아세안까지 외교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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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대표단이 중국, 베트남, 라오스를 연이어 방문한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전통적 우방국과 '당 대 당' 외교를 강화하는 행보로 코로나 19 국면에서 소원했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관계도 회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성남 북한 국제부장(오른쪽)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대표단이 지난 21일 중국, 베트남, 라오스를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성남 북한 국제부장(오른쪽)을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대표단이 지난 21일 중국, 베트남, 라오스를 방문하기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중국통 국제부장 첫 순방 

통신은 이날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장인 김성남 동지를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대표단이 중국, 베트남, 라오스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21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단장을 맡은 김 부장은 김일성·김정일의 통역사 출신의 대표적인 '중국통'이다.

김 부장은 2021년 1월 사회주의권 국가와 '당 대 당' 외교를 총괄하는 직책인 노동당 국제부장으로 임명됐다. 해외 순방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아 양국이 정상급에서 올해를 '북·중 우호의 해'로 정한 만큼 첫 순방지로 중국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러시아와 급속도로 밀착한 데 비해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분위기였던 중국과의 관계를 올해는 다잡겠다는 의미도 있다.

양국 발표에 따르면 김 부장은 베이징 방문 첫날인 21일에 중국 서열 4위인 왕후닝(王滬寧)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을 비롯해 중국 측 카운터파트인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면담했다. 류 부장은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21일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만난 왕후닝 중국 정협 주석. 신화. 연합뉴스.

21일 김성남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 만난 왕후닝 중국 정협 주석. 신화. 연합뉴스.

"평화로운 환경 함께 만들자"

이날 주북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왕 주석은 김 부장을 만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을 함께 만들어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견제에 맞서 북·중이 단결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김 부장은 "양국 사회주의 사업이 더 큰 발전을 얻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김 부장과 류 부장과 회담에서도 양측은 올해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하기로 합의하고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가 이날 밝혔다.

김 부장은 중국에 이어 베트남과 라오스도 연이어 방문한다. 앞서 지난 18일 중국 지린성에서 류젠차오 부장이 만났던 레 화이 쭝 베트남 공산당 대외관계 중앙위원장을 김 부장도 만난다면 3국 간 연쇄 회담이 성사되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세안과 관계 회복 시도 

라오스의 경우 올해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을 개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해 7월 ARF의 경우 의장국인 인도네시아의 기대를 저버린 채 5년 연속으로 외무상이 아닌 대사급 인사를 참석시켰다. 또 ARF 기간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발사하며 회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자 아세안 9개국 외교장관이 '경악'(dismayed)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규탄 성명을 냈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문제에서 중립적 입장을 지향해온 아세안의 전통에 비춰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사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ARF에도 불참했다. 연합뉴스.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사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를 마치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최선희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ARF에도 불참했다. 연합뉴스.

이런 배경에서 북한은 지난해까지 다소 소원했던 대(對) 아세안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코로나 19 이후 노동당 국제부장의 첫 순방 일정에 베트남, 라오스까지 포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지난달 14일 한국과 쿠바의 전격적인 수교 이후 사회주의 우방과 전통적인 연대 강화에 더욱 공을 들이는 한편, 유럽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도 대사관 재가동 협의를 이유로 소통을 재개했다. 지난 1일에는 유엔의 신임 북한 주재 상주조정관의 임명을 승인하기도 했다. 또한 이달 들어서는 중남미, 아프리카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대표단을 보내며 적극적인 외교 활동을 벌이는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코로나 19 이후 제한됐던 외교 일정을 본격화하고 신냉전 이후 진영 외교가 부활하는 듯한 움직임에 호응하고 있다"며 "사회주의권을 대상으로 대외 활동을 늘리고 우방국과 당 차원의 고위급 교류에 이어 후속 실무 접촉을 확대하며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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