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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콕토, 그레이스 켈리부터 블랙핑크 지수까지 사랑한 반지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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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컬렉션 제품을 착용한 까르띠에 글로벌 앰배서더 블랙핑크 지수. ⓒThe Bardos(왼쪽) ⓒNathaniel Goldbgerg(오른쪽) ⓒCartier

트리니티 컬렉션 제품을 착용한 까르띠에 글로벌 앰배서더 블랙핑크 지수. ⓒThe Bardos(왼쪽) ⓒNathaniel Goldbgerg(오른쪽) ⓒCartier

장 콕토(Jean Cocteau, 1889~1963)는 프랑스의 대표적 시인이자 영화·소설·희곡·미술까지 여러 방면에서 활동한 예술가다. 일흔넷의 나이로 숨질 때까지 여러 창작물을 남겼다. 감독으로 참여한 ‘미녀와 야수(La Belle et la Bête)’와 ‘오르페우스(Orphée)’는 현대 영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종려나무 이파리에서 따온 칸 영화제 트로피 디자인도 콕토의 손을 거쳤다.

 밀리 라 포레에서 포착한 장 콕토의 1951년 모습. © Boris Lipnitzki / Roger-Viollet

밀리 라 포레에서 포착한 장 콕토의 1951년 모습. © Boris Lipnitzki / Roger-Viollet

콕토는 1930년대 후반부터 마치 분신처럼 세 개의 밴드로 이뤄진 반지 두 개를 연달아 새끼손가락에 끼고 다녔다. 연인에게 사랑의 의미를 담아 같은 반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별다른 이음새 없이 동그란 밴드 3개가 맞물린 반지, 바로 까르띠에의 트리니티 링이다.

오리지널 트리니티 링도 100주년을 맞아 재정비해 선보인다. Antoine Pividori © Cartier

오리지널 트리니티 링도 100주년을 맞아 재정비해 선보인다. Antoine Pividori © Cartier

트리니티 링은 1924년 처음 세상 빛을 봤다. 손가락에 끼는 순간 연결된 세 개의 밴드가 미끄러지듯 자연스레 얽혀 또 다른 형태를 만든다. 화이트·옐로·핑크 세 가지 골드로 만든 덕에 각 밴드는 주변 빛과 손의 움직임에 따라 매 순간 다양한 금빛을 뿜어낸다. 한결같은 모습을 한 채 이 반지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이 반지를 디자인한 건 브랜드 창립자의 손자이자 프랑스 사교계 명사였던 루이 까르띠에(1875-1942)다. 루이 까르띠에는 산토스와 탱크, 시곗바늘이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미스터리 클록 등 까르띠에의 대표 컬렉션을 만든 주인공이다.

2024년 쿠션 형태로 선보이는 트리니티 컬렉션의 네크리스와 링. © Cartier © Maud Rémy Lonvis

2024년 쿠션 형태로 선보이는 트리니티 컬렉션의 네크리스와 링. © Cartier © Maud Rémy Lonvis

발표 당시 이 반지는 보석 업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다이아몬드나 루비·사파이어같이 젬 스톤을 사용한 전통적 주얼리 제작 방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나의 디자인에 세 가지 컬러 금을 사용한 것도 이례적이었다.

한 세기 동안 쌓아 올린 명성
장 콕토 외에도 전 세계 유명인사가 트리니티 링을 즐겨 찼다. 브랜드 아카이브(자료 저장고)에는 트리니티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자료가 많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 부흥기를 이끈 배우 알랭 들롱, 무성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미국 배우 게리 쿠퍼, 모나코 왕국의 대공비였던 그레이스 켈리와 현재 영국 왕세자비인 캐서린 케이트 미들턴의 사진에도 반지가 등장한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파파라치 컷’에도 트리티니 등장은 낯설지 않다. 배우 캐머런 디아즈, 니콜 키드먼, 모델 카일리 제너 등이 이 반지를 꼈다.

 1955년 칸 영화제에 참석한 그레이스 켈리. Edward Quinn © edwardquinn.com

1955년 칸 영화제에 참석한 그레이스 켈리. Edward Quinn © edwardquinn.com

(왼쪽) 트리니티 링을 낀 배우 알랭 들롱. © Patrice HABANS/PARISMATCH/SCOOP, (오른쪽) 새끼 손가락에 트리니티 링을 낀 1931년의 개리 쿠퍼. © Photo by Eugene Robert Richee/John Kobal Foundation/Getty Images

(왼쪽) 트리니티 링을 낀 배우 알랭 들롱. © Patrice HABANS/PARISMATCH/SCOOP, (오른쪽) 새끼 손가락에 트리니티 링을 낀 1931년의 개리 쿠퍼. © Photo by Eugene Robert Richee/John Kobal Foundation/Getty Images

지난 100년간 컬렉션의 변화도 아카이브의 핵심 내용이다. 3개의 밴드가 디자인의 중심인 건 그대로다. 당시 주얼리 트렌드를 반영해 밴드를 두껍게 디자인하거나
(1990), 화이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했다(2004). 2011년엔 블랙 세라믹을 사용해 소재의 다양화를 이뤘다. 1973년 ‘레 머스트 드 까르띠에’ 액세서리 컬렉션의 라이터와 펜에 장식한 3개의 링도 트리니티 역사에 중요한 제품이다. 반지와 같은 해(1924)에 선보인 브레이슬릿도 두께를 바꿔가며 지속해서 진열대에 놓였다.

레 머스트 드 까르띠에 (Les Must de Cartier) 멀티 프로덕트 광고. 1980년. Les Ateliers ABC © Cartier

레 머스트 드 까르띠에 (Les Must de Cartier) 멀티 프로덕트 광고. 1980년. Les Ateliers ABC © Cartier

쿠션 형태 링으로 이어지는 전설
까르띠에는 트리니티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여러 신제품을 내놨다. 워치메이킹 & 주얼리 디자인 디렉터 마리-로르 세레드(Marie-Laure Cérède)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디자인 연구에 나섰다. “시작부터 완벽한 이 컬렉션을 다시 디자인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새로운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면 작업을 멈추려는 생각도 있었다”고 새 트리니티 컬렉션 디자인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독립적이지만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링 3개의 특징을 살리되 현재 우리의 창의성을 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쿠션 형태의 트리니티 링. 밴드가 맞물려 회전하기에 좋다. Antoine Pividori © Cartier

쿠션 형태의 트리니티 링. 밴드가 맞물려 회전하기에 좋다. Antoine Pividori © Cartier

세레드와 디자이너들은 실제 재료를 주무르고, 굴리고, 누르며 쿠션 형태의 새 트리니티 링을 만들었다. 3개의 링이 미끄러지며 겹쳐지는데 이상적 디자인이다. 원과 사각 형태의 중간에 놓인 쿠션 버전은 라지·미디엄 링, 브레이슬릿, 펜던트 네크리스로 선보인다.

 3개의 링이 분리되면 숨어 있던 다이아몬드가 드러나는 모듈 구조의 트리니티 링. 나무로 만든 일본 퍼즐 장난감인 쿠미키(kumiki)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Antoine Pividori © Cartier

3개의 링이 분리되면 숨어 있던 다이아몬드가 드러나는 모듈 구조의 트리니티 링. 나무로 만든 일본 퍼즐 장난감인 쿠미키(kumiki)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Antoine Pividori © Cartier

모듈 버전 링도 주목할 제품이다. 서로 얽힌 세 개의 밴드가 분리되면서 숨어있던 다이아몬드가 나타나는 독특한 구조다. 밴드를 굵게 만들어 손목에 반짝임을 극대화하는 브레이슬릿 XL 모델 역시 100년 역사를 기념하기에 좋은 제품이다. 100년 전에 처음 선보인 동그란 오리지널 트리니티 컬렉션도 계속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두꺼운 밴드가 손목 위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트리니티 브레이슬릿 XL. © Cartier © Maud Rémy Lonvis

두꺼운 밴드가 손목 위에서 강한 인상을 주는 트리니티 브레이슬릿 XL. © Cartier © Maud Rémy Lon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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