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동맹국의 반도체 장비 부품 對中 수출통제도 미국 수준 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지난해 2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지난해 2월 2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의 반도체 등 핵심기술 수출통제를 총괄하는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21일(현지시간) 대(對)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의 수출통제는 물론 중국에 이미 수출한 장비의 서비스와 부품 판매도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 장비의 대중 수출통제에 동참하겠다고 한 네덜란드ㆍ일본 등 동맹국들이 부품과 서비스의 수출통제도 미국과 같은 수준이 되도록 견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자 차원의 대중 수출통제 전략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를 주재한 마이클 매콜 외교위원장(공화당)은 “일본ㆍ네덜란드가 (미국과) 유사한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은 희망적이지만 여전히 일본ㆍ네덜란드가 반도체 제조 도구를 중국에 판매하고 서비스하는 것이 상당 부분 허용돼 있다”고 지적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에스테베스 차관은 “우리는 주요 핵심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전략적 수출통제에 들어갔다”며 “여기에는 군사용ㆍ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첨단 컴퓨터 반도체와 이러한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장비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들이 미국과 유사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해 미국 기업과 동맹국 기업 간에 동등함(parity)을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중국에 수출된 (반도체) 장비의 서비스 문제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또 (반도체 장비) 부품도 다루고 있다. 우리는 부품이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았고 동맹들도 동참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청문회에서 앤 와그너 공화당 하원의원은 “현재 미국의 수출통제 시스템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미 대륙의 데이터 수집을 위해 보낸 정찰풍선 등에서 미국 기술이 적의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에스테베스 차관에게 “마이크로 칩 기술 수출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에게 어떤 압력을 가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및 부품ㆍ서비스의 수출통제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하원 외교위 유튜브 캡처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및 부품ㆍ서비스의 수출통제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하원 외교위 유튜브 캡처

에스테베스 차관은 “우리는 동맹국을 압박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동맹국들과 협력한다”고 답했다. 이어 “네덜란드와 일본이 최고급 (반도체) 장비와 관련해 우리와 유사한 수출통제를 도입했지만 이게 끝이 아니고 해야 할 일이 더 남아 있다”며 “제 고객 마일리지가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동맹국의 대중 수출통제 수위를 강화하기 위한 설득 작업 과정에서 부지런히 오가며 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장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네덜란드와 일본 등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전략에 동참 의사를 밝혔지만 부품 및 서비스 판매에 관한 한 낮은 수위의 통제 정책을 펴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게 미국 관련 기업들의 불만이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 2월 “한국이나 일본, 대만,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 경쟁 기업들은 수출통제 대상에 없는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고 관련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 미국 기업들이 불리한 여건”이라는 의견서를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낸 바 있다. 그러면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다자 수출통제 방식을 써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에스테베스 차관은 한ㆍ미 경제안보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국 등 동맹과 새로운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에스테베스 차관이 이날 동맹국에게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반도체 장비 부품 및 서비스 판매통제를 설득하고 있다고 한 것은 미 업계가 요구한 다자 수출통제 방식을 사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에스테베스 차관은 외교위에 제출한 서면 입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후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팔지 않기로 한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 능력을 단속하기 위해 핵심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 및 파트너가 중국의 위협을 인식하고 반도체 등 첨단기술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어 고무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위협에 대응하는 사례 중 하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노후 반도체 장비의 대중 판매를 중단했다는 언론 보도를 언급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