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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안병억의 마켓 나우

친기업 프랑스가 부러운 독일 기업인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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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

“프랑스에 투자해 줘서 감사하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5일 파리 교외의 베르사유궁에서 일론 머스크 등 외국인 투자자 200여 명을 초청해 함께 식사했다. 프랑스 투자로 칙사 대접을 받은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들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투자은행 출신인 마크롱은 2017년 대통령 취임 후 친기업 행보를 이어왔다. 2년 전 법인세를 2%포인트 인하해 25%로 단일화했고, 지난해에는 정년 연령도 62세에서 두 살 올렸다.

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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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에도 기업가 출신을 여러 명 등용해 노력한 결과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가 성과를 냈다. 회계감사·컨설팅 업체 EY(언스트앤영)가 조사한 결과 프랑스는 2019년부터 4년간 유럽 국가들 가운데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에서 1위를 차지했다. EY의 지난해 5월 자료에 따르면 2022년의 경우 프랑스로 모두 1259건의 신규 투자가 들어와, 전년보다 3% 늘었다. 반면에 2, 3위를 차지한 영국과 독일은 각각 -6%, -1%씩 줄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이, ‘경제하면 독일’이었던 것이 이제는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올해 프랑스는 0.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단일화폐를 쓰는 20개 유로존 회원국의 평균 성장률과 같다. 반면에 독일은 0.2%로 예상돼 유로존 평균을 깎아 먹는다(OECD 2월 전망 기준). 지난해에는 두 나라 격차가 더 컸다. 프랑스가 0.8% 성장했지만, 독일은 -0.3%로 침체에 빠지면서 서방선진 7개국(G7) 가운데 최저치다. 산업 구조의 차이에다 정부의 기업유치 정책의 성패 때문에 상황이 역전됐다.

독일은 제조업 강국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부가가치 창출을 기준으로 제조업 비중은 18.44%이지만 프랑스의 경우 독일의 절반에 불과하다. 관광대국인 프랑스는 2023년 외국 관광객 방문으로만 약 630억 유로(91조 5340억 원) 정도를 벌어들였다. 또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자력이 70% 정도를 차지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프랑스 경제에 미친 타격이 미미하다. 반면에 독일은 천연가스의 절반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는데 전쟁 발발 후 이 수입이 사실상 끊어졌다. 독일 제조업의 생산 단가가 전쟁 전과 비교해 평균 3배 정도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부터 8년간 독일의 최대 교역상대국이었던 중국이 지난해 코로나19 봉쇄를 풀었지만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적었다.

독일 기업들의 불만은 높아가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경제력 1위는 독일이다. 그러나 저성장이 지속하고 기업들이 해외로 계속해 나간다면 그 위상도 흔들린다. 언제까지 독일 기업인들이 프랑스를 부러워해야만 할까.

안병억 대구대 교수(국제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