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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할아버지 살아계셨다면 제주의 디지털아트 즐기셨을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의 외손녀 벨라 마이어. 제주도 ‘빛의 벙커’에서 열리는 몰입형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에 맞춰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사진 티모넷]

‘색채의 마술사’ 마르크 샤갈의 외손녀 벨라 마이어. 제주도 ‘빛의 벙커’에서 열리는 몰입형 전시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에 맞춰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사진 티모넷]

“할아버지(샤갈)가 살아계셨다면, 한국에서 본인이 유명하다는 사실에 ‘진짜?’ 하며 놀라고 행복해하셨을 거예요. 내심 걱정이 많은 분이었거든요.”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마르크 샤갈(1887~1985)의 외손녀이자 뉴욕에서 활동 중인 플로리스트(꽃장식 디자이너) 벨라 마이어(69)가 제주도를 찾았다. 몰입형 전시 복합문화공간 ‘빛의 벙커’에서 22일 개막하는 ‘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21일 프리뷰 직후 만났을 때 샤갈의 피를 물려받은 플로리스트답게 인터뷰 내내 색채에 대한 언급을 쉬지 않았다.

한국에 처음 온 소감은.
“혁신적인 디지털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곳이다. 굉장히 자연적이면서도 현대적 건축이 인상적이다. 만약 할아버지가 생전에 제주에 오셨다면 큰 화폭 가득히 강렬한 색채와 풍경을 표현했을 것 같다.”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셨나.
“내가 서른이 될 때까지 장수하셨기 때문에 미술사를 전공한 학생 때부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할아버지와 많은 얘기를 나눴다. 당시 생폴드방스에 아틀리에가 있었는데, 종일 머무르면서 할아버지가 뭘 하시는지 지켜봤다. 그는 색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고, 그래서 시각적인 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플로리스트가 된 것도 아마도 그런 영향 아닐까.”

이번 전시는 샤갈의 주요 작품 저작권을 관리하는 프랑스 재단 ‘마르크 샤갈 위원회’가 전문 제작업체 ‘컬처 스페이스’와 협력하에 디지털 미디어아트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도자기·스테인드글라스·모자이크·콜라주 등 다채로운 작품세계가 샤갈이 생전 즐겨들은 재즈와 클래식 선율 속에 펼쳐진다. 지난해 파리에서 먼저 선보였고, 이를 빛의 벙커 공간에 맞추는 과정에 샤갈위원회뿐 아니라 마이어 자신도 꼼꼼히 관여했다.

몰입형 전시에 대해 애초엔 부정적이었다 들었다.
“몰입형 전시가 피상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트 디렉터인 지안프랑코 이안누치는 나의 우려까지 잘 이해했고 자신만의 비전을 제시했다. 실제 결과물을 파리에서 봤을 때 새로운 형태의 해석이자 전시라고 느꼈다. 제주에선 어떻게 구현되나 궁금했는데 파리와 또 다른 매력에 놀랐고 강렬하고 감동적이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셨어도 허락했을까.
“할아버지는 이런 신기술이 낳는 부가적인 효과는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항상 호기심이 많았고 젊은 세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분이었다.내 생각에 그는 좋은 방향으로 놀라워하며 즐겼을 것 같다.”

마이어는 조만간 다시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프랑스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퐁피두 센터가 내년 서울 여의도 63빌딩 별관에 ‘퐁피두 서울’을 개관하면서 샤갈 등 주요 소장품이 상설 전시되기 때문이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에 위치한 빛의 벙커는 과거의 국가 기간 통신시설을 탈바꿈시킨 문화재생 공간이다. 2018년 개관작으로 클림트 몰입형 전시를 선보인 이래 고흐, 모네, 르누아르, 세잔 등을 소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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