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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오랑께, 가족여행비 절반은 돌려줘부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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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전남 강진군이 올해 ‘반값 강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족이 강진을 여행하면 여행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 상품권(최대 20만원어치)을 주는 사업이다. 사진은 이한영 차 문화원에서 바라본 월출산. 손민호 기자

전남 강진군이 올해 ‘반값 강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가족이 강진을 여행하면 여행비용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 상품권(최대 20만원어치)을 주는 사업이다. 사진은 이한영 차 문화원에서 바라본 월출산. 손민호 기자

반값 강진.

올해 전남 강진군이 ‘강진 관광의 해’를 맞아 시작한 관광 활성화 사업이다. 여행 경비 절반을 돌려준다고 소문이 나면서 반값 강진은 관광 부문 최고 화제로 떠올랐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관광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비난과 관광만이 살길인 지역 자치단체에서 묘수를 찾았다는 찬사가 엇갈린다.

강진원 강진군수

강진원 강진군수

이 모든 소란의 배후에 강진원(65) 강진군수가 있다. 지난해 9월 반값 강진 아이디어를 냈을 때부터 숱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를 다스리고 전대미문의 프로젝트를 이끈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부터 week&은 강진원 군수를 세 차례 만나며 반값 강진의 진행 과정을 지켜봤다. 강 군수와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반값 강진을 설명한다.

반값 강진 사업은 무엇입니까.
“이름에 ‘반값’이 들어가지만, 할인 이벤트가 아닙니다. 강진에서 돈을 쓰면 지출 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지역 상품권을 지급합니다. 강진에서 돈이 더 돌게 하는 것이 반값 강진의 핵심입니다. 지출 확대이자 소비 확장 사업입니다.”
강진 청자박물관 내부 디지털 전시관. 강진은 고려청자의 고장이다.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강진 청자박물관 내부 디지털 전시관. 강진은 고려청자의 고장이다.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할인 행사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잘못 알려졌군요.
“반값 강진은 반값으로 강진 여행을 시켜주는 게 아닙니다. 2인 이상 가족이 최대 20만원어치 지역 상품권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그러려면 먼저 40만원을 써야 합니다. 반값 혜택도 결국 강진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신청 조건을 보니 꽤 복잡합니다.
“강진 주민은 안 됩니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2인 이상 가족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가족 해체의 시대, 강진 여행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기를 바랐습니다. 한정된 재원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군비(郡費)만으로 70억원을 준비했습니다.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으면 70억원이 너무 빨리 소진될 수 있습니다.”
강진의 대표 음식인 한정식 상차림.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강진의 대표 음식인 한정식 상차림.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강진의 재정자립도는 7.49%로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그런데 신규 사업에 예산 7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반대가 없었습니까.
“왜 없었겠습니까. 처음 석 달은 매일 군청 직원과 회의했습니다. 직원들이 난감해했습니다. 초유의 실험이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요. 예산도 재분배해야 했고, 성과를 장담할 수도 없었고요. 군의회를 설득하기도 쉽지 않았지요. 그래도 관광만이 살길이라는 절박함으로 일을 벌였습니다.”
혜택이 너무 적은 건 아닐까요? 1인 최대 20만원도 아니고 2인 이상 가족에 20만원입니다.
“액수가 너무 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령 인근 지역에서 반값 강진으로 강진 농산물을 대량으로 살 수도 있겠지요. 2022년 국민여행조사를 보면 1인 하루 숙박여행 지출액이 12만4000원이었습니다. 2인 가족이면 24만8000원이겠지요. 20만원이 적절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근 복원을 마친 백운동 원림.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최근 복원을 마친 백운동 원림.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반값 강진 1차 행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성과가 있었습니까.
“2월 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1차 사업 기간이 끝나고 18일부터 2차 사업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1차 사업 기간 총 신청 가족은 4515개이었습니다. 설 명절 연휴 관광객 현황을 보니 작년 같은 기간보다 평균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대 552% 증가한 곳도 있습니다. 관광 비수기인 데다 경기 침체를 고려하면 의미 있는 수치로 보입니다.”
이 정도면 훌륭한 성과 아닐까요?
“직원들은 만족해하더군요. 저는 조금 미흡해 보입니다. 참여자 거주 지역을 보니 서울·경기·인천 이용자가 20.7%이더군요.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높다지만, 저는 이 수치가 40%까지 올라가길 바랍니다. 2차 사업부터는 연 매출 30억원이 넘는 농협·축협 매장과 주유소, 그리고 유흥업소를 사업 대상지에서 뺐습니다. 여기에서 결제한 영수증은 반값 강진 혜택에서 제외됩니다.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더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백련사 동백숲.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으로, 요즘이 제일 예쁠 때다.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백련사 동백숲.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숲으로, 요즘이 제일 예쁠 때다. 손민호 기자, [중앙포토]

혜택을 모바일 지역 상품권으로 주는 이유가 있을까요?
“종이 상품권은 양도나 매매가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 전용 상품권으로 정했는데, 시장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들은 혜택을 못 받더라고요. 그게 제일 아쉽고 속상합니다.”
모바일 지역 상품권을 쓰려면 강진을 다시 방문해야 하나요?
“강진을 다시 방문해주시면 좋지요. 사정이 안 되면 강진군이 운영하는 농산물 온라인 쇼핑몰 ‘초록믿음’에서 상품권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초록믿음의 작년 연 매출이 1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차 사업 기간 월 매출이 1억원을 넘었습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70억원을 다 소진하면 예산을 추가할 건가요.
“준비한 예산을 다 썼고, 분명한 효과가 발생했다면 기꺼이 추가 예산을 편성할 계획입니다. 지금 생각으로는 30억원을 더 투입해 100억원을 맞출까 싶습니다.”

강진원 군수의 설명을 듣고 난 뒤, 반값 강진은 생각보다 훨씬 치밀한 사업이란 걸 알게 됐다. 혜택 한도를 20만원으로 정한 것도, 2차 사업에서 매출 30억원 이상 사업장을 제외한 것도 다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이뤄졌다.

반값 강진은 중앙정부가 검토해야 하는 사업처럼 보였다. 중앙정부의 지역관광 활성화 사업의 태반이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할인 행사여서다. 반값 강진은, 아직 성공 여부는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중앙정부의 할인 이벤트보다는 진보한 관광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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