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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 해외노동자 10만명, 제재 전보다 외화 3배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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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김여정 부부장이 디올 가방(원 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수행한 김여정 부부장이 디올 가방(원 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유엔 제재 이전보다 최대 3배 가까이 늘어난 연간 7억5000만~11억 달러(약 9948억~1조4591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제재위가 지난해 7월 29일부터 올해 1월 26일까지 조사 결과를 근거로 작성한 615쪽짜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IT 분야 노동자는 연간 약 2억5000만~6억 달러, IT 이외 분야 노동자는 연간 약 5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북한은 유엔 제재 전 노동자 해외 파견을 통해 연간 약 5억 달러의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와 2397호를 통해 회원국이 북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게 했고, 자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12월까지 모두 송환하도록 했다. 제재위는 “10만여명의 북한 노동자가 40여 개국에서 식당 종업원이나 재봉, 건설, 의료, 정보기술(IT) 분야에 종사하고 있으며 국경 재개방 시 대규모 추가 파견이 예상된다”는 한 회원국의 보고 내용도 언급했다.

제재위는 또 “북한 지도부가 금지돼있는 고급 승용차와 명품 가방 등 사치품을 반입했다는 점이 포착됐으며 제3국을 우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 관영 매체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러시아판 롤스로이스’인 아우루스 전용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버젓이 공개했다.

제재위는 이번 보고서 작성에 앞서 크리스찬 디올과도 지난해 10~11월 서신을 주고받았다. 지난해 9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김 위원장과 함께 러시아 전투기 공장을 찾았을 때 들고 있던 검은색 가방이 약 7000달러(약 925만원) 상당의 디올 제품으로, 사치품에 해당한다는 의혹이 일었기 때문이다.

디올 측은 제재위에 보낸 회신에서 “우리 핸드백 모델인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데 (사진만으로는) 진품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 모델은 2019년 2월 처음 출시된 제품”이라고 답했다.

한편 제재위는 북·러 간에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무기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을 보고서에 담았다. 다만, 회원국이 제공한 정보에 따라 의혹을 기술했을 뿐 제재위 차원에서 “제재 위반”이라는 최종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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