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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못 갚겠다”…1년간 19만명 신복위 '채무조정' 신청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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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와 경기부진 파고에 빚을 못 갚고,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채무조정 문을 두드린 차주가 최근 1년간 19만명에 육박한다. 사진 뉴스1

고금리와 경기부진 파고에 빚을 못 갚고,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채무조정 문을 두드린 차주가 최근 1년간 19만명에 육박한다. 사진 뉴스1

요즘 20대 A씨는 300만원 상당의 신용카드 요금 고지서에 한숨이 나온다. 1년 넘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현장 나가는 날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처음엔 생활비 마련을 위해 1ㆍ2금융권에서 1500만원을 빌렸다. 이후엔 신용카드사 4곳의 카드론(장기신용대출)으로 ‘빚 돌려막기’를 하다 대부업체 문도 두드렸다. A씨는 “빚 불어나는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겠다”며 “줄줄이 연체돼 파산하기 전에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이처럼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와 경기부진 파고에 빚을 못 갚고,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의 채무조정을 신청한 차주가 최근 1년간 19만명에 이른다. 21일 오기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신복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최근 1년 동안 신복위의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18만9259건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14만6072건)와 비교하면 29.6% 급증했다.

지난해 채무조정 신청자를 연령대로 살펴보면, 경제 허리로 꼽는 40대가 5만3294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28.8%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50대(22.6%), 30대(22.2%), 60대 이상(14%), 20대 이하(12.3%) 순이었다. 오기영 의원실에 따르면 채무조정 신청자는 채무조정 불씨인 연체가 생긴 이유로 ‘생계비 지출’을 꼽았다. 또 ‘소득감소’와 ‘실직ㆍ폐업’이라고 응답한 신청자 비중도 높았다. 경기부진으로 빚내서 생활하다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채무조정에 나선 차주가 늘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신복위의 채무조정은 대부업체를 포함한 금융사 채무의 상환 기간을 늘려주거니 이자 면제ㆍ감면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은행 등 금융사와 협의를 통한 사적 조정 제도로 법원에서 받는 공적인 채무 조정(개인회생ㆍ파산)과 달리 금융권 채무만 조정받을 수 있다. 금융사 원리금만 연체됐을 때는 신복위 채무조정이 유리할 수 있다. 특히 신복위 채무조정을 받게 되면 금융사의 상환 독촉이 중단된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19만 명에 육박하는 신청자는 신복위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신속(연체 30일 이하 대상)ㆍ사전(연체 31~89일 대상) 채무조정과 개인 워크아웃(연체 90일 이상), 그리고 2022년 10월 자영업자 대상으로 시행한 새출발기금을 통해 채무조정을 받길 원하는 차주들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와 경기부진으로 한동안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와 개인 차주가 늘 수 있다”며 “적어도 금리 인하로 대출 이자 부담이 낮아질 때까진 저소득ㆍ저신용 차주 대상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채무상환 부담이 커진 차주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당국은 오는 2분기 중에 통신요금 연체자도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 중이다. 통신채무가 연체되면 전화, 문자 등 통신 서비스 이용이 제한돼 경제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이를 위해 최근 신복위는 SK텔레콤 등 통신업계와 ‘금융ㆍ통신 통합 채무조정'을 위한 업무 협약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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