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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 2260억 뿌린 태블릿PC사업...애물단지 전락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북 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북 지역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받고 있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북교육청 지난해 스마트 기기 6만5000대 보급 

전국 시·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스마트 기기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만 대를 한꺼번에 보급하면서 교사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예산 낭비 논란도 일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21일 "'에듀테크(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한 교육)' 기반 교실 환경 구축을 위해 885억9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9월 도내 초·중·고교 757곳에 스마트 기기 6만5496대를 보급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1인 1스마트 기기 보급 사업'이다. 초등학교 6학년엔 태블릿PC 1만7616대, 중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1~2학년엔 노트북 4만7880대를 지급했다. 나머지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3학년은 오는 9월 추가로 7만9218대를 지급할 예정이다. 관련 예산은 1011억4240만원이다.

이에 따라 전북교육청이 이미 지급했거나 올해 보급할 기기는 총 20만4055대에 달한다. 관련 예산은 약 2265억원(국비 포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AI(인공지능) 기술 기반 디지털 교과서 보급에 맞춰 스마트 기기를 장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급한 스마트 기기가 쌓여 있다. 학생이 전학을 가면 기존 학교에서 전북교육청으로 학생이 쓰던 스마트 기기를 보내고, 교육청이 이 기기를 다시 전출 학교로 배송해 줘야 한다는 게 전북교사노조 측 설명이다. 사진 독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보급한 스마트 기기가 쌓여 있다. 학생이 전학을 가면 기존 학교에서 전북교육청으로 학생이 쓰던 스마트 기기를 보내고, 교육청이 이 기기를 다시 전출 학교로 배송해 줘야 한다는 게 전북교사노조 측 설명이다. 사진 독자

"과부하" "파손·분실 책임 불분명"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정보 담당 교사는 학교마다 1명씩 지정한다. 이들은 주당 20시간 이상 수업 외에 학생 개인 정보 관리와 기기 수리, 컴퓨터 소모품 구매, 소프트웨어 설치, 노트북 계정 등록 등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 이전에 보급된 스마트 기기도 관리한다.

이에 정보 담당 교사를 중심으로 "관리해야 할 스마트 기기가 갑자기 늘어난 데다 기기 파손·분실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교사가 책임을 떠안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A교사는 최근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서 "현재 학교에서 분실된 기기만 8대다. 관리자에게 말하니 '교사가 알아서 책임져야지'라고 했다. 학교에 있는 스마트 기기가 대략 200대가 넘는다. 이걸 어찌 관리하고 책임지냐"고 했다. B교사는 "코로나19 사태 기점으로 말도 안 되게 업무가 늘었다. 이대로라면 교육청에서 보급해 준 태블릿PC·노트북을 전산실 캐비닛에 모두 집어넣고 자물쇠로 걸어 잠가 아무도 못 쓰게 하는 게 정보 담당 교사로서 합리적 선택"이라고 했다.

전북 지역 한 정보 담당 교사가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 올린 글. 사진 독자

전북 지역 한 정보 담당 교사가 온라인 교사 커뮤니티에 올린 글. 사진 독자

전북교육청 "교원 변상 책임 면제"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최근 정보부장들이 스마트 기기 분실 시 책임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다. 2023년 이전 기기 분실에 대해선 학교장이 정보 담당 교사에게 책임지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성하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2023~2024년 일괄적으로 보급되는 스마트 기기는 본청 물품으로 등록·관리한다"며 "교원이 교육 활동 중 기기를 파손·분실했을 땐 변상 책임을 면제하는 지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3년 이전에 보급된 스마트 기기는 학교장 책임으로 기기 분실·파손 시 학교 예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며 "교원 업무를 줄이기 위해 인력 확충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효자동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효자동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전경. 사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교육부, 광주시교육청 감사…서울시의회 예산 삭감

다른 교육청에서도 학교에 무상 공급한 스마트 기기 때문에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학생 수요 조사 없이 스마트 기기를 사고, 반강제로 지급해 예산을 낭비했다"며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1월 교육부에 대행 감사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광주시교육청은 지난해 645억원을 들여 165개 중·고교에 노트북·태블릿PC 8만5000여대를 지급했다. 올해는 227억원을 투입해 동일한 사업을 추진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2024년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 2025년 초등학교 3~4학년·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보급할 학습용 태블릿PC '디벗(디지털+벗)' 예산 총 3794억원 중 2025년 초등학교 예산 1561억원을 삭감하기로 했다. 초등학생은 '디지털 중독'에 취약하다는 학부모 의견 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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