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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에 돌연 잠적…'인테리어 먹튀 사기' 속출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바닥에 방치된 페인트와 각종 인테리어 자재.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바닥과 천장. 경기 김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인테리어 먹튀 사기를 당했다고 직감했다. 그는 싼값에 인테리어 공사를 할 수 있다는 B씨의 말에 지난해 8월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맺었다.

인테리어 업자 B씨는 지난해 10월 A씨의 사진관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달 B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독자 제공

인테리어 업자 B씨는 지난해 10월 A씨의 사진관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지난달 B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독자 제공

통상 인테리어 공사는 착수금을 지불한 뒤, 공사가 완료되면 남은 잔금을 지급한다. 착수금 500만원을 받은 B씨는 “인테리어 자재를 사야 한다” “추석이면 인부들 임금이 비싸다” 등 A씨에게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계획대로 사진관을 오픈해야 했던 A씨는 B씨에게 총 2000만원을 지급했지만, B씨는 9월부터 인테리어 공사를 미뤘다. 결국 지난해 10월 B씨는 “5000만원짜리 공사를 2000만원 해줄 수 없다”며 공사 중단을 통보했다.

인테리어 공사 중단에 A씨의 사진관 개점은 9월에서 11월로 미뤄졌고, 피해는 커졌다. A씨는 “인테리어 공사 40% 정도만 마쳤다. 새로운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하는데 2000만원을 또 썼다”며 “사진관 개점 연기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4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아버지와 친분이 있다고 해서 믿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토로했다.

경기 김포경찰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한 B씨에게 사기와 건설산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7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중앙포토

경기 김포경찰서는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한 B씨에게 사기와 건설산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7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중앙포토

경기 김포경찰서는 B씨를 사기와 건설산업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7일 불구속 송치했다. 인천지검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B씨가 김포와 인천 일대에서 벌였다고 의심되는 인테리어 사기 건수는 10여건에 달한다. 인테리어 업계에 따르면 B씨는 김포와 인천 일대에서 인테리어 공사 계약을 이어가고 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사례는 2021년 420건, 2022년 359건, 2023년 467건으로 총 1246건이다. 이 중 30~40%가 인테리어 공사를 중단하는 ‘먹튀 사기’로 추정된다. B씨 사례처럼 인테리어 공사비를 받은 채, 공사를 중단하고 잠적하는 식이다.

인테리어 먹튀 사기는 임금 문제, 자재값 등의 이유로 중도금을 받고, 이후 공사를 중단한 뒤 잠적하는 식이다. 공사 중단을 선언하는 한 인테리어 업자와 자영업자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독자 제공

인테리어 먹튀 사기는 임금 문제, 자재값 등의 이유로 중도금을 받고, 이후 공사를 중단한 뒤 잠적하는 식이다. 공사 중단을 선언하는 한 인테리어 업자와 자영업자의 카카오톡 대화내역. 독자 제공

인테리어 사기가 속출하는 건 혐의 입증이 까다롭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공사를 일정 부분 진행했다면, 고의로 기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기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악용한 일부 인테리어 업자들은 동시간대에 다수의 인테리어 계약을 체결한 뒤, 공사를 중단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관련 소송 경험이 있는 조국환 변호사는 “공사가 30% 이상 진행된다면 사기죄 입증이 어렵다”며 “반복적인 공사 중단 사례가 있다면 혐의 입증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사기 피해액이 소액이다 보니, 변호사 선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피해액이 500만원 미만인 경우도 있다. 변호사 없이 사기죄 입증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며 “결국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테리어 사기 혐의 입증이 까다롭기에, 인테리어 사기가 속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를 일정 부분 진행했다면, 고의적으로 기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기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 공사 중단 이후 방치된 자재들. 독자 제공

인테리어 사기 혐의 입증이 까다롭기에, 인테리어 사기가 속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를 일정 부분 진행했다면, 고의적으로 기망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기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테리어 공사 중단 이후 방치된 자재들. 독자 제공

난립하는 무면허 인테리어 업체도 사기 건수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인테리어 업체 70~80%는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테리어 공사액수가 1500만원을 넘기면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만 시행할 수 있다.

인천에서 인테리어업을 종사하는 최모(67)씨는 “인테리어 업자 대다수가 영세업자 보니 무면허도 많고, 면허가 있더라도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곳이 다수다”며 “무리하게 진행하다 공사를 중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착수금 500만원을 받은 B씨는 “인테리어 자재를 사야 한다” “추석이면 인부들 임금이 비싸다” 등 A씨에게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계약대로 2000만원을 지불했지만, B씨는 공사를 중단했다. 독자 제공

착수금 500만원을 받은 B씨는 “인테리어 자재를 사야 한다” “추석이면 인부들 임금이 비싸다” 등 A씨에게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계약대로 2000만원을 지불했지만, B씨는 공사를 중단했다. 독자 제공

조 변호사는 “인테리어 비용이 저렴하다면 의심해야 한다. 사용 자재, 시공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을 계약서에 포함해야 한다”며 “인테리어 시공 능력에 따라 면허를 세분화해, 소비자들이 기준에 맞게 업체를 선택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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