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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톡스 7년 전쟁…메디톡스, 검찰에 불만 "법원에 묻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웅제약이 경쟁사인 메디톡스로부터 ‘보톡스 균주’ 기술을 훔쳤느냐를 둘러싼 ‘보톡스 전쟁’이 7년째 계속되고 있다. 검찰이 대웅제약의 일부 혐의에 대해 재차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메디톡스 측은 “법원에 묻겠다”며 재정신청을 했다. 균주란 ‘하나의 세포에서 배양해 유전자 구성이 같은 세포 집단’으로 문제된 보톡스 균주는 각자 보톡스 상품의 원재료를 말한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 이춘)는 메디톡스가 2019년 “대웅제약이 나보타(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 품목허가를 받을 당시 질병관리청에 ‘자체 발견한 균주’라고 허위 신고해 공무를 방해했다”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지난 11일 ‘무혐의’를 결정했다.

검찰이 메디톡스가 고발한 대웅제약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연합뉴스

검찰이 메디톡스가 고발한 대웅제약의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연합뉴스

무혐의→재수사→무혐의→재정신청…끝없이 쳇바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5월에도 같은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는데, 메디톡스가 즉시 항고해 5개월 뒤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재기수사 명령은 상급 검찰청이 하급 검찰청의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지시하는 절차다.

이에 따라 재수사가 진행됐으나, 검찰은 관계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전성 평가 항목에 ‘균주의 출처’가 포함되지 않는 점, 미국 식품의약국(FDA) 심사 사례 등을 검토한 뒤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이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재정신청을 낸 상태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타당한지를 법원에 다시 묻는 절차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검사는 기소를 해야 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檢, 대웅제약 도용 여부도 재수사 중

별도로 검찰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로부터 균주와 제조공정 등을 도용했다는 본래 의혹에 대해서도 재수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 메디톡스가 “자사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A씨가 퇴사 후 대웅제약과 자문계약을 맺고 유출한 기술을 바탕으로 유사한 제품이 개발됐다”며 대웅제약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산업기술유출방지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로 고소한 사건이다. 메디톡스는 2006년 보톡스 제품 ‘메디톡신’을, 대웅제약은 2014년 ‘나보타’를 출시했다.

이 사건 역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가 2022년 2월 대웅제약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는데, 1년 뒤 관련된 민사소송 1심에서 메디톡스가 일부 승소하며 사정이 급변했다.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 권오석)는 소송 제기 5년여 만인 1심 판결에서 ‘대웅제약의 균주는 메디톡스의 균주로부터 유래된 것’이라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 등을 반영해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에 손해배상금 400억원 등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후 서울고검은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에 재수사를 명했다.

‘균주 논쟁’ 7년째…해외 활로 모색에 발목

2017년 본격화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톡스 전쟁’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메디톡스와 식약처, 대웅제약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민사·형사·행정소송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꾸준히 쟁점인 부분은 ‘균주의 출처’다. 보톡스의 원료이자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맹독성 물질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어디서 얻었는지를 두고 메디톡스는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우리가 분양받은 균주를 대웅제약이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대웅제약은 “경기도 용인의 하천변 토양에서 자연 발생한 균주를 직접 발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분쟁이 끝나지 않는 배경으로는 치열한 시장 경쟁이 꼽힌다. 제약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휴젤, 메디톡스, 대웅제약을 ‘보톡스 3사’로 꼽는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 2000억원 규모의 국내 보톡스 시장은 저가 출혈경쟁이 고착화한 탓에 보톡스 제약사들은 약 10조원 규모인 세계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첫 허가는 메디톡스가 받았지만 미국 진출은 대웅제약이 빨랐고, 시장 확대의 기로에 선 양사 모두 소송 결과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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