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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어떻게 돼가나” 날세운 주주들…삼성 “2~3년내 1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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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뜨거웠던 삼성전자 주총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주가, 고대역폭메모리(HBM), SK하이닉스…. 20일 오전 9시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 모인 주주의 질문에서 빠지지 않은 단어다. 이날 첫 질문은 “SK하이닉스를 보면 주가가 지속 상승하는데 삼성전자는 이에 못 미친다. HBM은 어떻게 되고 있느냐”였다.

이날 주총을 이끈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은 “주주의 기대에 못 미쳐 경영진의 한 명으로서 사과한다”며 “올해 반도체·IT 수요 회복이 기대되고 인공지능(AI) 탑재 스마트폰의 견조한 판매로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주주는 경영진에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지만, 고성이나 힐난이 오가지는 않았다. 단골 논쟁거리인 배당에 대해선 이미 암묵적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1월 말 삼성전자의 현금 배당 공시에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연대는 별다른 반대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분기배당금으로 주당 1083원(우선주 1083원), 기말 배당금으로 주당 361원(우선주 362원) 등 총 9조8094억원의 현금 배당을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주주는 467만명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이번 주총은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를 책임지는 사장이 직접 주주 질문에 답하는 ‘주주와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한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사장(DS 부문장), 박학규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과 각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 13명이 단상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한 주주의 지적에 경 사장은 “우리가 준비를 못 한 부분도 있고 사업을 잘못 한 것도 있다. 2~3년 안에 세계 반도체 1위 지위를 되찾겠다”고 말했다.

경 사장은 이날 DS부문 사업전략을 발표하며 신규 AI 가속기 개발 현황도 공개했다. 경 사장은 “(현재 AI 시스템의 문제인) 메모리 병목 현상을 8분의 1로 줄이고 8배의 파워 효율을 갖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마하-1 AI 인퍼런스 칩은 그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소개했다. 이 칩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메모리 사이의 병목현상을 줄여주는 시스템온칩(SoC) 형태의 AI 가속기로,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함께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이 칩을 통해 저전력 메모리를 써도 거대언어모델(LLM) 구동이 가능한 고성능·저전력 메모리로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HBM 위주의 AI 메모리 시장의 흐름을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경 사장은 “연말 중으로 칩을 만들면 내년 초엔 저희 칩으로 만든 AI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작한 어드밴스트패키지(AVP) 사업의 로드맵도 공개됐다. 경 사장은 “AVP 사업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투자 결과가 나오면 올해 1억 달러(약 134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인수·합병(M&A)에 대해서는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밝혔다. 한 주주가 “삼성전자 부채율은 25%로 상당히 낮은 만큼 M&A에 집중해서 주가 관리를 해달라”고 말하자 한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M&A 관련 상당한 진척이 있고 조만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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