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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의사교육 흑역사 서막…졸속 증원 절대 수용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생중계 되고 있다. 뉴스1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생중계 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20일 기존보다 2000명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을 공식 발표했다. 의료계는 성명을 내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날 교육부가 내놓은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에 따르면 정부는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를 배정하고, 경기·인천지역에 나머지 18%를 배분했다. 서울지역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았다.

비수도권 27개 대학에는 1639명을 증원했다. 현재 2023명으로 전국 의대 정원(3058명)의 66.2% 수준인 비수도권 대학 의대는 내년부터는 3662명으로 72.4% 수준까지 높아진다.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과대학은 적정 규모를 갖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원을 최소 100명 수준으로 배정했다. 다른 비수도권 의과대학도 지역 의료여건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총 정원을 120명에서 15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정원 50명 이하 '소규모 의대'만 있었던 경기·인천권의 경우 5개 대학에 361명의 정원이 배분됐다.

정부의 이같은 발표 후 연세대학교 의대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교수 일동은 '정부는 의대생 2000명 증원 배정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의대 증원 졸속 정책은 우리나라 의사 교육을 후진국 수준으로 추락시켜 흑역사의 서막을 열 것"이라며 "사직서를 내고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의대생 등) 후속 세대 1만5000명을 포기하며 진행하는 의대 증원은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비수도권에 82%, 수도권에 18%를 증원하는 정책은 교육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이는 앞으로 의학 교육 현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독선적 결정일 뿐이며 총선을 앞두고 교육 생태계를 교란하는 정치적 카드"라고 지적했다.

이어 "연세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배정안을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대한의학회 역시 정부의 의대 증원 배정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한의학회와 26개 전문과목학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합의 없는 독단적 결정을 정의와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다"며 "정부의 독단적 결정은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마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라며 "이들이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학회는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고,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와 진료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의학회와 26개 학회는 의료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그들과 함께하며 지원하겠다"며 "정부는 그간의 모든 조치를 철회하고 대화와 협상으로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의료현장의 파탄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입장문에서 "정부에 다시 간곡히 호소한다"며 "더 이상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붕괴 정책을 강압적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조속히 의료가 정상화될 수 있게 지금이라도 현명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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