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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영업이익 75% 급락…엔씨 김택진 "게임개발에 집중하겠다"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가 20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엔씨

(왼쪽부터) 김택진 엔씨소프트 최고경영자(CEO)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가 20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엔씨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김택진 엔씨 최고경영자(CEO)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20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엔씨 경영 전반 개편안을 공개했다. 김 대표는 신작 개발과 인공지능(AI) 인재 영입을 전담하고 박 내정자는 경영 효율화와 외부 지식재산(IP)의 인수합병(M&A) 등 사업 분야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엔씨는 지난해 12월 박 내정자를 영입하며 창사 27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게 왜 중요해

엔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373억원으로 1년 전(5590억원)보다 75% 줄었다. 이날 엔씨의 주가도 19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1년 전 가격(37만6500원·종가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실적·주가 부진의 주된 원인은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의 부재다. 그간 성장을 이끌었던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M·2M·W)의 매출 감소를 대체할 후속 지식재산(IP)을 발굴하지 못해서다.

어떻게 바꾸나

김택진 대표는 이날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게임 개발에 최우선으로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운영이 아닌,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계획을 내놓으면서다. ‘리니지’나 ‘블레이드앤소울’ 등 매출을 견인해왔던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 IP를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액션, 슈팅, 실시간전략게임(RTS) 등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 매출 규모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엔씨는 현재 개발 중인 액션 장르 신작 ‘배틀크러시’를 이달 중 전 세계 97개국에서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택진 대표는 이날 엔씨의 해외 시장 진출 의지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엔씨는 ‘블레이드앤소울2’의 중국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 받았다. 현지 유통사와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신규 IP인 ‘쓰론앤리버티(TL)’도 해외 유통사인 아마존과 함께 북미 지역과 유럽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미래 먹거리인 AI 분야는 게임 개발 분야에 한정해 활용하기로 했다. 앞서 엔씨는 지난해 12월 AI 금융 신사업 분야인 ‘금융비즈센터’를 해체하는 등 조직개편에 나섰다. 김 대표는 “AI는 우리(엔씨)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R&D(연구개발)를 뾰족하게 가져가려고 한다”며 “지난해 11월부터 생성AI 솔루션을 내부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씨는 지난해 8월 자체 거대언어모델(LLM)인 ‘바르코(VARCO)’를 출시했었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AI 언어모델 바르코 로고.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AI 언어모델 바르코 로고.

이는 최근 게임 업계 신작 개발기간이 늘어난 것에 대한 대응책으로도 해석된다. 김택진 대표는 이날 “많은 게임 개발사가 엄청난 제작비와 긴 제작 기간 때문에 사업의 지속성을 넘어서는 위기에 처해있다”며 “대책으로 새로운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적극 도입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엔씨가) 발표한 신작은 개발 기간이 코로나19 확산과 겹치면서 시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시대에 뒤쳐졌다”고 평가했다.

기업 운영을 전담하게 될 박병무 내정자는 향후 집중 방향을 공개했다. 경영 효율화, 데이터 기반 체계 구축, 해외진출 기반 구축, 외부 IP 확보 및 인수합병(M&A) 등 네 가지다.다만, 인력 감축 등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박 내정자는 “숫자에만 치중한 효율화는 기업의 경쟁력과 뿌리를 없앤다”며 “엔씨의 핵심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날렵하게 변화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점으로 (효율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내정자는 현재 운영 중인 야구단(엔씨 다이노스)의 매각 가능성에 대해선 “엔씨가 콘텐트 기업으로서 야구단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매각보다는 비용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