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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 공격하는 차세대 항암제 ADC, 삼성도 도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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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항체·약물 접합제(ADC) 기술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른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며 급성장하는 시장에 올라타는 중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바이오 산업까지 확산하며 ADC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 출자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19일 미국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인 브릭바이오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2019년 설립된 브릭바이오는 인공 아미노산을 활용해 단백질을 특정 위치에 결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DC와 유전 질환 치료용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등이 이 기업의 장점이다. 앞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과 국내 에임드바이오 등의 ADC 기술 기업에도 투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방문해 ADC 상업 생산 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외 바이오 업계는 ADC 시장 선점을 위해 자본과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마켓유에스에 따르면 세계 ADC 시장 규모는 올해 85억 달러에서 연평균 17.5%씩 성장해 2032년 347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정상 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차세대 항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지난해 ADC 개발기업 시젠을 430억 달러(약 56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인수합병(M&A) 시장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19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는 지난해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ADC로 떠올랐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위탁 생산 ‘투트랙’으로 ADC 시장 공략에 나섰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얀센과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ADC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미국 컨쥬게이트바이오, 셀트리온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인투셀도 지난해 스위스 ADC테라퓨틱스와 ADC 플랫폼 물질 이전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SK팜테코 등은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미국 내 중국 바이오 기업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며 국내 CDMO 기업에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해당 법은 미국 의료기관 등이 중국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계열사 컴플리트 지노믹스, 우시 앱텍, CDMO 계열사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제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글로벌 3위 규모 CDMO 기업으로, 매출의 절반은 미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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