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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뛰는 ADC에 삼성도 도전장…잭팟 노리는 국내・외 바이오기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에 있는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제조시설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지난달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에 있는 ADC(Antibody-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제조시설 건설 현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항체·약물 접합제(ADC) 기술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른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기술 개발과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내며 급성장하는 시장에 올라타는 중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갈등이 바이오 산업까지 확산하며 ADC 위탁개발생산(CDMO)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도 예상된다.

삼성, 美 ADC 기업 브릭바이오에 투자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공동 출자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19일 미국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인 브릭바이오에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결성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삼성이 생명과학 분야 신기술과 사업 개발을 위해 조성한 벤처 투자 펀드로 운용 규모는 2420억원이다.

2019년 설립된 브릭바이오는 인공 아미노산을 활용해 단백질을 특정 위치에 결합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ADC와 유전 질환 치료용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등이 이 기업의 장점이다. 앞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는 스위스 아라리스 바이오텍과 국내 에임드바이오 등의 ADC 기술 기업에도 투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방문해 ADC 상업 생산 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본 뒤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빅파마가 주목하는 ADC

지난 2019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사진 한국다이이찌산쿄

지난 2019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사진 한국다이이찌산쿄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외 바이오 업계는 ADC 시장 선점을 위해 자본과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마켓유에스에 따르면 전 세계 ADC 시장 규모는 올해 85억 달러에서 연평균 17.5%씩 성장해 2032년 347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ADC는 암세포를 찾아내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해 정상 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공격할 수 있어 차세대 항암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지난해 ADC 개발 기업인 시젠을 430억 달러(약 56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바이오 인수합병(M&A) 시장에 불을 지폈다. 미국 애브비(이뮤노젠 인수), 독일 머크(머사나테라퓨틱스) 등도 ADC 파이프라인(신약개발 프로젝트)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지난 2019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는 지난해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ADC로 떠올랐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도전장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기술 개발과 위탁 생산 ‘투트랙’으로 ADC 시장에 나서고 있다. ADC 초기 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12월 미국 얀센과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 규모의 ADC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레코켐은 이전에도 미국 암젠, 중국 포순제약과 ADC 관련 대형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또 다른 국내 ADC 개발기업 피노바이오는 지난해 미국 컨쥬게이트바이오, 셀트리온과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인투셀도 지난해 스위스 ADC테라퓨틱스와 ADC 플랫폼 물질 이전 계약을 맺었다. 전통 제약기업도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동아에스티·종근당·삼진제약 등은 ADC 연구개발(R&D) 조직을 인수하고 후보물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중 갈등이 국내 시장에 호재 될까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SK팜테코 등은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가 미국 내 중국 바이오 기업의 사업 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며 국내 CDMO 기업에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해당 법안은 미 의료기관 등이 중국 베이징유전체연구소(BGI)와 계열사 컴플리트 지노믹스, 우시 앱텍, CDMO 계열사 우시바이오로직스 등이 제조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스위스 론자,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글로벌 3위 규모 CDMO 기업으로 ADC 신약 위탁생산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매출의 절반은 미국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중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국의 위탁생산 사업과 신약개발 역량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ADC가 항암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어 향후 시장이 더 크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바이오 기업들로서는 기술 개발과 위탁 생산 양쪽에서 해외 매출을 높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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