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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인 편견 깬 야구스타 다르빗슈와 오타니, 고척에서 첫 대결

중앙일보

입력

19일 고척돔 마운드에서 투구 연습을 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 뉴스1

19일 고척돔 마운드에서 투구 연습을 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 뉴스1

18일 팀 코리아와 경기에서 타석에 선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뉴스1

18일 팀 코리아와 경기에서 타석에 선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 뉴스1

아시아 야구에 대한 편견을 깬 두 일본 선수가 고척돔에서 생애 첫 대결을 펼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다르빗슈 유(38)와 LA 다저스 오타니(30)가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에서 맞붙는다.

샌디에이고와 다저스는 20일 오후 7시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4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서울에서 열리는 최초의 MLB 경기에 한국은 물론 일본 취재진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다르빗슈와 오타니의 만남이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이번 시즌엔 지명타자로만 나선다. 샌디에이고전을 앞두고 치른 한국 팀들과의 평가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저조했다. 그러나 존경하는 선배 다르빗슈를 상대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경기를 치르게 됐다.

둘은 함께 훈련할 정도로 친한 사이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낙점된 다르빗슈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오타니에 대한 질문을 받자 "마침내 적이 돼 대결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MLB에서 투타 대결을 펼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르빗슈는 "사적인 감정 없이 열심히 공을 던지겠다"고 했다. 오타니 역시 물러나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오타니는 "어린 시절부터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지만 아직 맞붙어 본 기억은 없다. 마침내 대결할 수 있게 돼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시즌 훈련을 함께 했던 오타니와 다르빗슈. 사진 다르빗슈 SNS

비시즌 훈련을 함께 했던 오타니와 다르빗슈. 사진 다르빗슈 SNS

다르빗슈는 2005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에 입단해 201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오타니는 이듬해 니혼햄에 입단했고, 2017년까지 뛰다 이듬해 LA 에인절스에 입단했다. 다르빗슈는 2017년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다저스에서 뛴 적이 있지만, 이듬해 시카고 컵스로 떠났다. 오타니는 지난겨울 다저스로 이적했다. 두 선수가 함께 뛴 건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유일하다. 둘은 리더로서 팀을 하나로 묶으면서 일본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란계 혼혈인 다르빗슈는 일본 선수들보다 훨씬 큰 체격을 살려 힘있는 공을 뿌렸다. MBL 입성 이후엔 미국에서 유행하는 구종들을 열심히 연구해서 성공을 거뒀다. 그가 구사할 줄 아는 구종은 무려 10가지가 넘는다. 일본 야구관에서 벗어난 훈련도 많이 시도하는 등 다른 길을 걸으며, 후배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오타니 역시 상식을 깨트렸다. 마른 편이었던 그는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MLB 타자들에게 뒤지지 않는 파워를 키웠다. 뿐만 아니라 100년 전 베이브 루스 이후 사라졌던 투타겸업을 해내 새로운 '야구의 아이콘'이 됐다. 지난 겨울엔 역대 최고인 10년 7억달러(약 9378억원)계약을 맺었다. 다저스 데뷔전을 한국에서 치르게 되자 고향인 이와테현 지역지까지 한국으로 취재를 하러 왔다.

지난 15일 다르빗슈(오른쪽)가 자신의 오랜 팬이었던 이광수씨의 카페를 방문한 모습. 사진 SNS

지난 15일 다르빗슈(오른쪽)가 자신의 오랜 팬이었던 이광수씨의 카페를 방문한 모습. 사진 SNS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것도 같다. 다르빗슈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정말 좋아하는 나라다. 한국에서 등판하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라고 했다. 그는 텍사스 시절부터 자신을 응원한 한국인 팬의 카페를 찾아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고교 시절 청소년 대표로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오타니는 한글로 '기다려지다'란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르빗슈처럼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오타니는 "아내와 해외에 나온 건 결혼한 뒤 처음이다. 우리 둘에게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비슷한 길을 걸어왔지만 차이가 나는 게 있다. 연애관이다. 다르빗슈는 2007년 와세다대 출신 사에코와 결혼했다. 두 아들을 낳은 부부는 2010년 합의이혼을 했고, 이후 다르빗슈는 여러 여성과 염문설을 뿌렸다. 그러다 2014년 6살 연상의 레슬링선수 야마모토 세이코와 결혼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7남매를 키우고 있다. 오타니와 함께 식사를 하고 찍은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타니의 경기를 바라보는 오타니의 아내 마미코(오른쪽). 왼쪽은 통역의 아내. 공동취재단

오타니의 경기를 바라보는 오타니의 아내 마미코(오른쪽). 왼쪽은 통역의 아내. 공동취재단

일본에서 뛸 때부터 한 번도 여자친구를 공개하지 않았던 오타니는 지난달 '평범한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서울에 오기 위해 탑승한 비행기 앞에서 아내와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일본 언론이 추정했던 농구선수 출신 다나카 마미코였다. 마미코는 오타니의 부모, 누나와 함께 고척돔에서 경기를 관전했다. 큰 몸값을 받으면서도 검소한 오타니의 아내답게 일반석에서 관람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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