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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신인왕 예약, 수퍼 DNA가 낳은 김세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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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왕 수상이 유력한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김천=김효경 기자

신인왕 수상이 유력한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김천=김효경 기자

'수퍼 DNA'의 힘은 강력했다.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19)이 신인왕 트로피에 사실상 이름을 새겼다.

김세빈은 정규시즌 36경기 중 한 경기를 뺀 35경기에 출전해 200득점을 기록했다. 블로킹 5위, 속공 7위에 오르며 신인 중에서 유일하게 주전을 꿰찼다.김천 도로공사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김세빈은 "힘들긴 했지만, 갈수록 적응을 해서 편해졌다. 시즌 초보다는 실력도 조금 늘어난 거 같다. 자신감도 많이 늘어났다"고 했다.

신인왕 수상 0순위다. GS칼텍스 세터 이윤신이 경쟁자로 꼽히지만 만장일치 수상을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김세빈은 "진짜 잘 모르겠다. 받을 거 같다고 하시지만 잘 모르니까"라고 손사래를 쳤다. 항상 몸을 낮추는 2세 선수들 특유의 겸손함이 몸에 배어있었다.

현역시절 활약한 김세빈의 어머니 김남순(오른쪽). 중앙포토

현역시절 활약한 김세빈의 어머니 김남순(오른쪽). 중앙포토

김세빈의 아버지 김철수 단장의 현역 시절 모습.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세빈의 아버지 김철수 단장의 현역 시절 모습. 사진 한국배구연맹

김세빈의 아버지는 남자배구 한국전력 김철수 단장이다. 배구 명문 남성고-성균관대에서 센터로 활약하고, 한국전력 선수, 코치, 감독을 거쳐 단장을 맡고 있다. 어머니는 한일합섬에서 뛴 라이트 공격수 김남순이다. 호남정유(현 GS칼텍스)가 실업배구를 제패하던 시절 유일하게 국가대표에서 활약했다. 당시 여성선수로는 드물게 백어택에 능해 '해결사' 역할을 했다. 드래프트 당시 "엄마의 속공 능력, 아빠의 블로킹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김세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김세빈은 "엄마 경기 영상을 많이 봤다. 파워도 좋고 정말 잘 때리더라"며 "부모님 덕분에 내가 프로선수가 될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쉬는 날은 부모님과 배구 이야기를 자주 한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스피커폰으로 엄마, 아빠가 동시에 말하니까 길어질 때도 있다"고 웃었다.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사진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사진 한국도로공사

김세빈은 당초 페퍼저축은행 선수가 될 운명이었다. 그러나 FA 박정아 보상선수로 내준 세터 이고은을 재영입하기 위해 신인 지명권을 도로공사에 내줬고, 확률추첨에서 1순위를 얻은 도로공사는 주저하지 않고 김세빈을 뽑았다.

도로공사에 온 건 김세빈에게 행운이었다. 한봄고 16년 선배인 배유나와 함께 뛰게 됐기 때문이다. 김세빈(1m87㎝)과 배유나(1m82㎝)는 미들블로커로서는 아주 큰 키가 아니지만 발과 몸놀림이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세빈은 "유나 언니가 잘 대해주고, 배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준다. (나이 차가 많지만)유나 언니는 '요즘 사람'같아 어렵지 않다"고 했다.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사진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사진 한국도로공사

김세빈은 마른 체형이지만, 힘에는 자신있다. 공격 패턴도 자신있는 속공 외에 이동공격을 시도하면서 다양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김세빈은 "처음엔 고등학교 때보다 토스가 너무 빨라서 블로킹 따라가기 힘들었다. IBK기업은행 폰푼의 패스는 진짜 빨랐다. 그래도 김종민 감독님께서 천천히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고 했다.

평소 힘이 나는 가사의 발라드를 즐겨듣는 김세빈은 외출 시간이 주어지면 주로 영화관을 찾는다. "무서운 영화를 잘 못 보는데, 파묘는 정말 재밌었다"며 "김천에서 유명한 빵집이 있다. 동료들과 거기에 가기도 한다"고 했다.

고교 시절 18세 이하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김세빈은 엄마처럼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그는 "당연히 국가대표가 되고 싶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블로킹 리딩과 제2동작을 보완하고, 공격도 좀 더 빨리 때려야 한다"고 했다.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사진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 도로공사 미들블로커 김세빈. 사진 한국도로공사

지난시즌 챔피언 도로공사는 전력 누수가 심해 6위(12승 24패)에 머물렀다. 프로 첫 시즌을 일찌감치 마친 김세빈도 아쉬워했다. 김세빈은 "도로공사 비시즌 훈련이 힘들다고 들었지만 실력을 키우고 싶다. 기록도 올해보다 향상시키고 싶다"며 "전년도 우승팀인데 이번 시즌엔 이긴 경기보다 진 경기가 많았다. 내년엔 꼭 봄 배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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