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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따라 경제가 휘청…수출 의존 19%로 다시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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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수출 품목 다변화 시급

올해 들어 반도체 수출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하는 등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다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수출이 늘더라도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 524억1000만 달러 중 99억5000만 달러가 반도체 수출이다. 반도체 수출 비중은 1년 새 11.9%에서 19%로, 7.1%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수출액이 2023년(500억 달러)보다 4.8%(24억1000만 달러) 늘었는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66.7%에 달하면서 반도체 의존도가 커졌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반도체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자동차·이차전지·철강·석유화학 등 반도체를 제외한 주요 산업의 수출액은 전년도보다 줄었다. 1년 새 자동차 수출액은 7.8% 감소했고, 철강(-9.9%), 석유제품(-3.3%), 이차전지(-18.7%) 등도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도체 의존에 대한 경고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2021년 반도체 수출 비중이 18%에 다다르자 한국은행은 “특정 부문에 대한 의존도 확대는 예상치 못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경제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에도 한은은 “특정 지역·품목 의존도가 높은 경제는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내놨다.

한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 품목 집중도는 779.3포인트로 홍콩을 제외한 세계 10대 수출국(평균 548.1포인트) 중 가장 높았다. 반도체 등 일부 품목 의존도가 높은 수출구조가 반영된 결과다. 한경연 역시 “특정 품목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충격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에 따라 경제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난해 현실화했다. 반도체 수출 둔화로 지난해 무역수지는 99억7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의존하던 법인세수마저 줄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로도 이어졌다. 그나마 지난해 전기차 수요 확대에 힘입어 현대차를 중심으로 차량 수출이 늘었지만, 올해 들어 그 효과가 다시 감소하고 있다.

수출 품목이 다변화되지 않는 한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더라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적극적인 규제 개선과 지원으로 배터리·바이오 등 반도체와 함께 경제를 끌고 나갈 산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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