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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번째…황대헌 ‘충돌’에 박지원 금 날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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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황대헌(가운데 앞)의 손에 밀려 빙판 위에 넘어진 박지원(뒤·아래사진). 황대헌이 선배 박지원에게 반칙을 한 건 이번 시즌에만 세 번째다. [AP=연합뉴스]

황대헌(가운데 앞)의 손에 밀려 빙판 위에 넘어진 박지원(뒤·아래사진). 황대헌이 선배 박지원에게 반칙을 한 건 이번 시즌에만 세 번째다. [AP=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이 도대체 왜 이러나.

성추행 추문과 파벌 싸움 등으로 바람 잘날 없던 쇼트트랙이 2024년에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엔 국제 대회 결승 레이스 도중 국내 선수들끼리 부딪히면서 나란히 탈락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18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남자 1000m 결승.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대헌(25·강원도청)은 세계랭킹 1위이자 팀 선배인 박지원(28·서울시청)과 함께 치열한 레이스를 벌였다. 7번째 바퀴를 도는 순간 박지원은 인코스에서 선두로 달리던 황대헌을 추월하려 했고, 황대헌의 손이 박지원을 건드리면서 균형을 잃은 박지원은 빙판 위에서 넘어졌다.

황대헌은 4위로 골인했지만, 비디오 리플레이 결과 이미 코스를 빠져나간 박지원을 손으로 건드린 사실이 확인돼 실격당했다. 우승 후보인 박지원과 황대헌이 무너지면서 윌리엄 단지누(캐나다)가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따냈다.

황대헌(위 사진 가운데 앞)의 손에 밀려 빙판 위에 넘어진 박지원. 황대헌이 선배 박지원에게 반칙을 한 건 이번 시즌에만 세 번째다. [AP=연합뉴스]

황대헌(위 사진 가운데 앞)의 손에 밀려 빙판 위에 넘어진 박지원. 황대헌이 선배 박지원에게 반칙을 한 건 이번 시즌에만 세 번째다. [AP=연합뉴스]

전날 1500m 결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박지원이 선두로 달리던 도중 황대헌이 안쪽을 파고들어 앞질렀다. 황대헌은 결국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지만, 추월 과정에서 박지원을 밀친 사실이 확인돼 실격당했다.

황대헌이 국가대표 선배인 박지원에게 반칙을 한 건 이번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황대헌은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뒤에서 밀쳤다. 심판진은 황대헌에게 옐로카드(YC)를 줬다. 옐로카드는 아주 위험한 반칙을 했을 때 주는 페널티로 그 대회에서 딴 모든 포인트를 몰수당한다.

박지원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2관왕에 오른 한국의 에이스다. 올 시즌에도 월드컵 종합랭킹 1위에 오르며 2년 연속 크리스탈 글로브를 받았다. 황대헌이 1년 간 휴식하느라 빠진 사이 대표팀을 이끌었다.

그러나 세계 1위 박지원은 이번 대회를 노메달로 마치면서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게 됐다. 빙상연맹 규정에 따르면 세계선수권 최상위 입상자는 국가대표에 자동 선발되는데 박지원은 잇따른 불운으로 이번 대회 노메달에 그쳐 다음 달 열리는 국내 선발전에 출전해야 한다. 선발전은 국제 대회 못잖게 치열한 승부를 벌여야 한다. 태극마크를 달더라도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개인전에 나갈 수 있다.

박지원이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하면 당장 2025 하얼빈 겨울 아시안게임에도 출전할 수 없다. 더는 군복무를 연기하기 힘든 상황이라 최악의 경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박지원은 “(손으로)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고, 몸을 주체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펜스에 부딪혔다”며 “변수가 없는 경기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이게 쇼트트랙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린샤오쥔

린샤오쥔

황대헌은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황대헌은 지난 17일 1500m 결승 경기를 마친 뒤 “최선을 다하다가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박)지원 형한테도 바로 사과했다. (충돌에 대해선)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000m에서 두 번째 실격 이후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 대표팀은 결국 이번 대회에서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이름 임효준)은 남자 500m와 계주 5000m에서 우승해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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