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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권 없는 불기소 사건, 검찰에 안 보내" 공수처, 법무부·검찰과 공방

중앙일보

입력

‘부실 입법’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부작용이 또다시 불거졌다. 지난 1월 보완수사 주체를 두고 검찰과 공수처가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이번엔 ‘불기소권’을 두고 검찰·법무부와 공수처가 공방 중이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스1

경기도 과천에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스1

공수처는 18일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불기소 결정 시 관계 서류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 사건사무규칙을 내일(19일) 관보 게재 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앞으로 검찰에 공소제기(기소)를 요구할 경우에만 사건 기록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내게 된다.

공수처법상 공수처는 대통령·국회의원·지자체장 등 대부분의 고위공무원을 수사할 수 있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 및 경무관 이상의 경찰로 한정된다. 나머지 고위공무원은 ‘기소권 없는 사건’으로 분류돼 검찰에 수사 기록을 넘겨야 한다. 이를 받은 검찰은 기록 검토, 추가 수사 등을 거쳐 기소나 불기소를 결정한다. 이번 시행으로 공수처는 보다 명확한 ‘불기소 종결권’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이날 공수처의 발표 직후 검찰과 법무부는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행정규칙으로 고소·고발인의 항고권과 재항고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입장이다. 검찰 측에서는 “공수처가 조용히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언론 등의 ‘게이트키핑’ 기능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는 법상 항고·재항고를 검토하는 상급기관 자체가 없다”며 “이에 공수처법 29조에 따라 법원 재정신청을 통해 고소·고발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관계기관 의견 수렴을 통해 법무부와 검찰의 반대 의견도 충분히 검토했다”고도 덧붙였다.

‘기소권 없는 사건’에 ‘불기소권’이 존재하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검찰과 법무부는 “기소와 불기소는 동전의 양면으로, 기소권이 없다면 불기소권도 없는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공수처는 “현행 공수처법과 법원 결정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기소권과 무관하게 모든 수사 대상에 불기소 결정권을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3월부터 2023년 9월까지 공수처가 불기소한 사건은 546건이었다. 검찰과 공수처 양측에 따르면 이중 실제로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기록이 송부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공수처 관계자는 “본질적으로는 공수처법이 촘촘하지 못해서 생긴 운영상의 미비점을 내규 손질로 보완한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입법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처럼 위헌성이 큰 부분을 내규 손질로 해결하기 시작하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며 “법제처가 사후검토를 통해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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