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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도 항고사건 직접수사? 몸소 느낀 ‘수사지연’에 고심하는 법무부장관

중앙일보

입력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8일 전국 고검장들과 취임 후 첫 간담회를 열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수사지연 해소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이주형 서울고검장, 임관혁 대전고검장, 노정연 대구고검장, 최경규 부산고검장, 홍승욱 광주고검장, 김석우 법무연수원장 등이 참석했다. 박 장관은 2017년 검찰을 떠난 이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수사 지연을 체감하고 문제 개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고검 검사 활용방안 등 논의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부터 전국 검사장들을 소집해 수사 지연을 해결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부터 전국 검사장들을 소집해 수사 지연을 해결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1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간담회에선 고검 검사들의 활용 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검은 고법이 관할하는 국가당사자·행정 소송 사건과 지검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고소·고발인의 이의신청(항고)사건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고검 검사는 지검으로 갈 사건을 직접 배당받을 수는 없지만, 항고사건에 한해선 직접수사(경정)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관할 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려 수사하도록 한다.

 지난달 16일 대구고검(고검장 노정연)이 돈을 받고 외국인 50~60명을 불법으로 입국시키려 한 조선족 중국인 2명과 베트남인 1명을 각각 구속기소와 불구속기소한 게 고검 직접수사의 최근 사례다. 고검은 중국인들이 연루된 단순 투자금 사기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이후 고소인이 항고하자 직접 수사에 나섰고, 피고인들을 출입국 전문 브로커로 의심했다고 한다. 수사 결과 불법체류 외국인 석방 알선, 체류 기간 연장 신청 등을 알선하는 대가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도 드러났다.

“보완수사 주고받다 보면 책임 묘연”

지난 2022년 4월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전날 새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대한 검찰 측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당시 부장검사들이 중앙지검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2022년 4월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검. 전날 새벽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에 대한 검찰 측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 당시 부장검사들이 중앙지검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이처럼 수사지연에 대해 고심하는 건 법·제도적 변화 외에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서다. 검찰이 꼽는 수사지연의 대표적 요인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제도 변화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에 따르면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고소·고발 사건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검사는 직접 보완수사를 할지,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할지 1개월 이내에 선택해야 하며, 만약 경찰이 보완·재수사 요구를 받았다면 3개월 이내에 이를 마쳐야 한다.

 2022년, 2023년 기준 경찰의 평균 사건 송치 기간은 60~70일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과거엔 경찰이 수사를 지연하더라도 검사의 미제사건으로 잡히다 보니 책임지고 사건을 지휘해야 했다면 지금은 경찰 단계에서 사건이 지연돼도 지휘·감독을 할 수 없다”며 “통계에선 보완수사 기간은 빠져있어 실제로는 사건 처리 기간이 더 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검찰이 보완수사를 주고받다 보면 인사 시기가 돌아오고, 직책이 바뀌면 어느새 사건이 어디가 있는지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며 “누구의 사건인지 책임이 불분명하다 보니 사건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지연을 해결하기 위해 검사 정원을 2027년까지 220명 늘리기로 하는 ‘검사정원법 개정안’도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 계류돼있다.

 정·재계 대형 부패 사건을 처리하는 반부패수사부의 경우 수사 우선순위에서 밀리다 보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사건은 ‘캐비넷’ 속에 사건이 쌓이기도 한다. 박 장관은 수사지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오는 25일 지방 지검장들과, 29일엔 재경·수도권 지검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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