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직관 웃돈 330만원" 신분증 확인 비웃은 암표상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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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이선(34)씨는 "오로지 오타니 쇼헤이를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이선(34)씨는 "오로지 오타니 쇼헤이를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18일 오후 7시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의 맞대결이 예고된 서울 고척스카이돔. 경기 시작 5시간 전부터 푸른색 다저스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한 관중들이 속속 도착했다. 이날 주인공은 단연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LA 다저스). 친구와 경기장을 찾은 직장인 노은진(38)씨는 “제시간에 맞춰 예매를 시도했는데 대기인원이 1만 명이 넘어 포기했다. 그래도 친구가 겨우 표를 구한 덕분에 오타니를 볼 수 있어 기대된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미국프로야구(MLB) 개막전이 포함된 이번 월드 투어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업계는 17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총 6번 경기에서 약 10만 명의 구름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0일 열리는 개막전은 8분만에 매진될 정도였다. 경북 영주에서 온 25년 차 다저스 팬 안모(41)씨는 “경기 관람 후 모텔로 돌아가서 죽어라 새로고침을 하면서 개막전 취소 표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 연습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회를 마무리한 뒤 더그아웃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미국프로야구(MLB) 공식 개막시리즈를 앞두고 열린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대 키움 히어로즈 연습 경기.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1회를 마무리한 뒤 더그아웃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해 먼발치에서 아쉬움을 삼키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구장 주변을 서성이던 노르웨이 부녀가 그랬다. ‘야구 기계’ 같은 오타니에게 반했다는 엘리사 카루스바켄(20)은 “다저스 팬인 아버지와 관람하려고 뒤늦게 예매를 시도했지만 역시나 매진이었다”며 “분위기라도 느끼고 싶어 들렀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고척돔을 찾은 니시야마 리나(30)는 휴대전화 예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내야 취소 표를 구하는 중”이라던 니시야마는 “일본인인데도 오타니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꼭 보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선 이들을 비웃듯 암표상이 활개 치고 있다. 한 온라인 티켓거래 사이트에서는 100만원 이상 웃돈을 매긴 암표 수십장이 팔리고 있었다. MLB 스타가 총출동하는 20일과 21일 공식 경기 푯값이 특히 비쌌다. 한 암표상은 다저스 더그아웃과 인접한 20일 경기 1층 테이블 석을 5배가 넘는 400만원(정가 70만원)에 판매 중이었다.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노르웨이 출신의 엘리사 카루스바켄(20·좌)과 비에른 카루스바켄(55·우). 부녀는 "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경기장밖에서 중계라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18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찾은 노르웨이 출신의 엘리사 카루스바켄(20·좌)과 비에른 카루스바켄(55·우). 부녀는 "표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경기장밖에서 중계라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영근 기자

주최 측도 이런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1인당 2장 구매 제한과 현장 신분증 대조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선 200m 가량 긴 줄이 생기고 입장이 지연될 정도였다. 한 진행요원은 “부모님 카드로 예매했다가 본인이 아니라 입장하지 못하고 되돌아간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암표상들은 편법을 동원해 신분 확인 절차를 우회 중이다. 대표적 꼼수가 ‘아옮(아이디 옮기기)’이다. 이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이디를 중개업자에게 넘기면, 중개업자가 판매자의 티켓을 취소한 뒤 재빨리 취소된 표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식 시장의 통정거래와 비슷한 수법이다. 한 중개업자는 SNS에서 “서울시리즈 장당 3만원 아옮 진행합니다. 현재까지 실패 0건” 등 문구를 내걸고 홍보 중이었다.

한 온라인 티켓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암표. 암표상들은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의 웃돈을 받고 표를 판매 중이었다. 티켓거래 사이트 캡쳐

한 온라인 티켓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암표. 암표상들은 적게는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의 웃돈을 받고 표를 판매 중이었다. 티켓거래 사이트 캡쳐

대형 공연과 스포츠 경기마다 기승을 부리는 암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국회도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을 구매한 후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공교롭게도 해당 법은 서울시리즈가 마무리된 이튿날(22일)부터 시행된다. 이번 월드 투어 티켓 공식 판매사인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경찰청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암표 매매에 적극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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