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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고 유격수들이 뜨겁게 달군 고척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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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고척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두 번째 홈런을 터트리는 샌디에이고 김하성. 연합뉴스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두 번째 홈런을 터트리는 샌디에이고 김하성. 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 최고의 유격수와 국내 최고의 유격수가 고척돔을 뜨겁게 달궜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29)과 LG 트윈스 오지환(34)이 나란히 홈런포를 터뜨렸다.

김하성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팀 코리아와의 평가전에서는 샌디에이고의 5번 타자·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김하성은 18일 LG와의 경기를 앞두고는 "(이동 거리가 길고, 시차 적응도 해야 해서)조금 힘든 건 사실이지만, 점점 좋아질 것"이라더니 보란 듯이 홈런 2방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LG 선발 임찬규는 1회 초 산더르 보하르츠-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제이크 크로넨워스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MLB 평균보다 느린 시속 144㎞에 머물렀지만, 완급 조절과 제구력으로 샌디에이고 타선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김하성의 한 방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2회 초 무사 2루에서 들어선 김하성은 6구째 체인지업이 높게 들어오자 힘차게 배트를 휘둘러 좌중간 담장 너머로 공을 날려 보냈다. 타구 속도는 시속 166㎞, 비거리는 약 127m. KBO리그 시절 임찬규를 상대로 타율 0.353(16타수 7안타)를 기록하더니 이날도 강세를 이어갔다. 미국 본토에서 치른 경기를 포함해 이번 시즌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나온 두 번째 홈런이었다.

선제 투런포를 터트린 김하성을 환영하는 샌디에이고 벤치. 연합뉴스

선제 투런포를 터트린 김하성을 환영하는 샌디에이고 벤치. 연합뉴스

LG의 자존심을 세운 건 지난해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이었다. 오지환은 2회 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와 풀 카운트 접전을 펼치다가 시속 142㎞의 컷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비거리 134.4m의 대형 홈런이었다.

오지환이 홈런을 뽑아낸 상대 투수 시즈는 20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43승 35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특히 2022년엔 14승 8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를 차지한 수준급 투수다.

오지환은 "투수 구위가 좋아 직구 타이밍에서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슬라이더를 봤는데 무브먼트가 좋더라. 최대한 앞에서 빨리 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배트에 잘 맞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볼거리도 많고 느낀 점도 많은 경기였다. MLB 투수를 상대할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딜런 시즈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LG 트윈스 오지환. 연합뉴스

딜런 시즈를 상대로 홈런을 때려낸 LG 트윈스 오지환. 연합뉴스

그러나 김하성은 다시 홈런포로 응수하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김하성은 6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 LG 사이드암 정우영의 몸쪽 공을 잡아당겨 좌월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바짝 붙은 공이었지만 팔꿈치를 몸에 붙여 멋지게 담장을 넘겼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4-1로 벌어졌다.

LG를 떠나 올 시즌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은 고우석은 5-2로 앞선 9회 말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대타 이재원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한 뒤 후속 타자들을 간신히 막아내 멋쩍은 세이브를 기록했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LG를 상대한 고우석. 연합뉴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LG를 상대한 고우석. 연합뉴스

샌디에이고는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을 올린 김하성의 활약을 앞세워 5-4로 승리했다. LG는 임찬규의 5이닝 4피안타 7탈삼진 2실점 호투와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김하성은 경기를 마친 뒤 "어디서든 홈런은 기분이 좋다"면서 "운이 좋았다. 한국에서 뛰었을 때 상대했던 투수라 뭘 던지는지 알아서 대처할 수 있었다"고 했다. LA 다저스와 20·21일 메이저리그 개막 2연전을 치르는 김하성은 "다저스와의 정규 시즌 경기가 진짜 시작이다. 오늘의 타격 감각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김하성은 겸손한 선수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 그게 홈런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LG 오지환은 "빅리그 투수들의 구위가 역시 뛰어났다. 내게도 중요한 선수 경력이 될 것 같다"고 했다. MLB.com은 '한국의 왕인 김하성이 홈으로 다시, 또다시 갔다)'며 극찬했다.

본 경기가 남아있지만, 서울시리즈는 일단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샌디에이고-LG전은 평일 낮에 열렸는데도 적잖은 야구팬이 고척돔을 찾았다. 전날인 17일 경기에는 1만4671명의 관중이 경기장에 몰렸다.

샌디에이고 유니폼과 모자를 구매한 재미교포 이 줄리아(54) 씨는 "원래 뉴욕에서 거주했는데 김하성이 입단한 뒤 샌디에이고를 응원했다. 결혼 이후 한국에서 살고 잇는데, 입장권을 남편이 어렵게 구해서 고척돔을 찾았다"며 "일본과 미국인 팬들도 많이 보였다. 좋은 이벤트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리즈가 열린 고척스카이돔. 연합뉴스

서울시리즈가 열린 고척스카이돔. 연합뉴스

MLB 관계자들도 KBO리그 특유의 응원 문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경기장 분위기도 좋고, 에너지가 느껴졌다. 치어리더들이 9회까지 쉬지 않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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