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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청소미화원들 1년간 모은 1000만원...장학금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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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청소 미화원인 신옥순씨가 1년 전 학생회관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통. 신씨는 이 통을 휴게실에 두고 장학금 모금을 시작했다. [독자 제공]

성균관대 청소 미화원인 신옥순씨가 1년 전 학생회관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플라스틱통. 신씨는 이 통을 휴게실에 두고 장학금 모금을 시작했다. [독자 제공]

성균관대학교 청소 미화원들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1년간 모은 장학금 천만원을 학교에 기부했다. 성균관대에 따르면 20일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에서 청소 미화원들의 기금전달식 행사가 열린다. 이날 행사에는 성균관대 총장과 교무위원을 비롯해 기부자인 청소 미화원들이 참석한다.

모금을 주도한 신옥순(67)씨는 “평소 학생들이 인사도 잘하고, 종종 커피 같은 걸 챙겨주기도 하는 등 감사한 마음이 커서 정년퇴직을 앞두고 이를 조금이라도 보답할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1년 전 신씨가 학생회관 앞 쓰레기통에서 주워온 플라스틱 통을 미화원 휴게실에 놔둔 게 모금의 시작이 됐다고 한다.

신씨는 19년째 성균관대에서 청소 미화 업무를 맡고 있다. 이곳 청소미화원들의 월급은 200만원 안팎, 평균 연령은 63세다. 신씨는 “다들 정년을 넘긴 나이라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학생들이 있어서 우리도 있을 수 있다는 감사한 마음은 다 똑같다”며 “청소하다 주운 동전을 넣는 사람부터, 저처럼 학교에서 받은 성과금을 봉투째 넣어두고 가는 사람까지 여러 미화원분이 동참해주어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중학교만 졸업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신씨는, 성균관대 미화원 일을 하던 2014년부터 4년간 야학을 다니며 검정고시 시험을 준비해 뒤늦게 고등학교 졸업장을 땄다. 신씨는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보면 내가 못 배운 한이 좀 풀리는 것 같다”며 “검정고시 공부를 하면서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11시가 넘긴 시간이었지만 뿌듯한 기분이 더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에서 청소 미화원들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성균관대 측은 장학금을 ‘천원의 아침밥’ 캠페인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성균관대는 졸업 동문이 기부를 통해 재학생들이 천 원으로 구내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 있도록 후원하는 ‘후배 사랑 학식 지원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은 “학생들을 위해 애틋한 정을 베풀어 주셔서 감사하다. 협력과 상생의 문화를 몸소 실천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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