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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급전창구'에 고신용자 기웃, 왜…카드론 서글픈 풍선효과

중앙일보

입력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신용카드 장기대출)에 신용점수 900점(1000점 만점) 넘는 고신용 차주의 발길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신용카드 장기대출)에 신용점수 900점(1000점 만점) 넘는 고신용 차주의 발길이 늘고 있다. 셔터스톡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신용카드 장기대출)에 신용점수 900점(1000점 만점) 넘는 고신용 차주의 발길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말 8개 신용카드사(국민ㆍ롯데ㆍ삼성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현대ㆍBC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36조2736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33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 감소했던 카드론 잔액이 연초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용점수 700점 이하의 중ㆍ저신용자 빚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고신용자의 유입도 두드러진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점수 기준으로 1등급은 942점 이상, 2등급은 891~941점, 3등급은 832~890점이다. 일반적으로 3등급까지 고신용 차주로 분류한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고신용자에게 주로 적용되는 ‘10% 미만의 금리’를 이용하는 카드론 고객 비중이 늘었다. 삼성카드의 경우 금리 10% 미만 카드론 이용자는 전체의 14.1%로 지난해 말(6.07%) 대비 2.3배 증가했다. 롯데카드는 같은 기간 0.88%에서 6.05%로 상승했다. 국민카드도 한 달 사이 0.49%포인트 증가한 6.43%를 나타냈다.

고신용자들이 카드론에 눈길을 돌린 데는 요즘 1ㆍ2금융권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이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1ㆍ2금융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선 ‘풍선효과’라는 것이다.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의 지난 1월 신규취급 기준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926점으로 1년 전(915점)보다 11점 상승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평균 신용점수가 939점에 이른다. 최근 은행은 연체율이 들썩이자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신용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5대 시중은행의 연체율은 평균 0.29%로 1년 새 0.08%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은 ‘연체율 비상’ 이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이중고’에 79곳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연체율이 6%로 뛰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관리(대손충당금 적립) 압박에 일부 저축은행은 아예 대출 빗장을 걸어 잠갔다. 그러다 보니 고신용자에게 적용되는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카드론 금리보다 높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점수 900점 넘는 고신용자 대상 카드론 금리는 지난 1월 기준 연 10.57~13.15%다. 반면 같은 기간 3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새로 취급한 저축은행(28곳)이 신용점수 900점 초과자에게 적용한 금리(연 10.56~19.9%)의 상단은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가깝다. 평균 금리로 비교해도 카드론의 평균 금리(연 12.19%)가 저축은행(연 14.56%)보다 낮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고신용자의 발길이 카드론으로 향하는 움직임을 가장 반기는 건 카드사다. 사실 카드사도 건전성 관리가 '발등의 불'이다. 8개 카드사의 연체액은 지난해 3분기 말 2조516억원으로 1년 전(1조3398억원)보다 53% 급증했다. 더욱이 올해 자영업자 264만명이 ‘신용사면’ 됐는데, 이 중 15만명이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카드사 입장에선 고신용자의 카드론 사용이 평균 연체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이용을 반기고 있다.

다만 금융권 전반의 연체율 관리 ‘풍선효과’에 저신용자가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 등 제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그동안 카드론은 ‘급전’이 필요하지만, 1금융권 대출 문턱을 넘기지 못한 중ㆍ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ㆍ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 상당수는 금융사 3곳 이상에 빚을 낸 다중채무자로, 한번 대출 이자를 못 갚으면 줄줄이 연체될 수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급전 창구인 카드론에 고신용자가 늘면 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확률이 높다”며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에 금융 취약계층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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