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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차이나 중국읽기

제2차 차이나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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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한우덕 차이나랩 선임기자

‘G2(Group of Two)’. 미국과 중국을 일컫는 용어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이를 전 세계 미디어로 퍼트린 사람이 바로 당시 블룸버그 칼럼니스트였던 윌리엄 페섹이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그의 통찰을 보여준다.

페섹이 최근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칼럼을 썼다. ‘중국 디플레가 빠르게 글로벌 경제로 확산될 것’이라는 제목. 그는 “이번에는 의류·장난감 등 임가공 공장이 아닌 테슬라·애플·소니·삼성 등 첨단 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첨단 기업이 ‘차이나 쇼크’에 직면할 거라는 얘기다.

중국이 전기차 약진에 힘입어 작년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푸젠성 샤먼항의 전기차 선적 작업. [신화사]

중국이 전기차 약진에 힘입어 작년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푸젠성 샤먼항의 전기차 선적 작업. [신화사]

이미 현실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중국은 지난해 전기차 약진에 힘입어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등장했다. BYD는 기존 강자 테슬라를 2위로 밀어냈다. 태양광도 그렇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패널값은 25% 이상 급락했다. 유럽 태양광 업체는 줄 파산했다.

작년 중국 수출의 최고 히트 상품은 전기차·리튬배터리·태양광 등이다. 전체 수출액이 1조 위안(약 1400억 달러)을 돌파했다. 경기 위축으로 이들 제품의 중국 내수시장은 공급과잉 양상이다. ‘덤핑 수출’, ‘디플레 수출’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분야도 중국의 디플레 수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반도체 전쟁(Chip War)』을 쓴 크리스 밀러는 파이낸셜 타임스(FT) 기고에서 “싸구려 중국 칩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가전 등 일반 소비 용품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 제품의 중국 생산량이 5년 후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매출의 약 25%를 범용 반도체 공정에 의존하고 있는 대만 TSMC도 충격을 피할 수 없다.

‘쇼크’의 시작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었다. 중국은 ‘세계 공장’으로 등장했고, 각국의 제조업 일자리를 빨아들였다. 그렇게 시작된 1차 쇼크가 주로 개발도상국의 제조업에 타격을 줬다면, 이번 2차 쇼크는 선진국 고부가 산업을 위협한다. 미국·유럽·일본 등 서방은 ‘첨단 분야만큼은 중국에 당하지 않겠다’고 방어벽 쌓기에 나선다. 첨단 공장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차 쇼크가 더욱 극렬하게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다.

문제는 우리다. BYD의 전기 승용차가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린다. BYD코리아는 상반기 안에 영업 조직을 짜기 위해 인력 확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제2차 차이나 쇼크’는 이미 우리에게 닥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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