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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14번홀서 ‘퐁당’…이예원은 안 흔들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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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해 KLPGA 투어 상금왕 이예원이 17일 태국에서 열린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이예원. [사진 KLPGA]

지난해 KLPGA 투어 상금왕 이예원이 17일 태국에서 열린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2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는 이예원. [사진 KLPGA]

지난해 상금왕 이예원(21)이 17일 태국 푸껫 블루캐니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끝에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최민경을 한 타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2022년 신인왕이었던 이예원은 지난해 대상과 상금왕을 차지하면서 여자골프 일인자가 됐다. 올 시즌에도 여왕 자리를 지킬 기세다. 이예원은 “기회가 된다면 시즌 초반에 첫 우승을 빨리 하고 싶었는데 대회 초대 챔피언으로 우승하게 돼 더욱 기쁘다. 이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아 정교한 샷을 해야 하는데, 티샷이 좋아서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예원은 지난해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8월 두산 위브챔피언십과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이어 통산 4승을 기록했다.

이예원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약점이 거의 없다. 모든 클럽을 잘 다룬다. 타수 이득 기준 지난해 티샷은 3위, 아이언샷을 비롯한 어프로치샷은 10위, 퍼트는 16위다. 그린 주변에서도 24위로 뛰어나다. 그러나 이예원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흔들리지 않는 멘탈과 클러치 능력일 것이다. 실수가 거의 없으며, 실수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다. 중요한 퍼트를 거의 놓치지 않는다.

이예원으로서는 시즌 초반 막강한 경쟁자들과의 우승 경쟁에서 승리를 거둬 더 의미가 크다. 최종 라운드 리더보드 상위권에는 강자들이 많았다. 2022년까지 KLPGA 투어를 지배했던 박민지는 이예원과 한 조에서 경기했다. 또한 장타로 무장해 여왕 자리를 위협하는 방신실과 황유민 등이 우승 경쟁을 벌였다.

체감온도 40도가 넘는 후덥지근한 날씨 속에 최종 라운드가 열렸다. 대부분의 선수는 후반이 되면서 집중력을 잃고 타수를 잃었다. 반면 이예원의 얼굴에는 덥다는 표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침착했고, 냉정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2라운드까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7위였던 이예원은 후반 들어 오히려 힘을 냈다. 버디 6개와 보기 2개로 4타를 줄여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파3의 14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리고도 보기로 막아낸 장면이 하이라이트였다. 14번 홀은 이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이다. 전장 140야드 정도로 길지는 않지만 ‘ㄱ’ 자 모양으로 생긴 아일랜드 홀이라 위압감을 준다. 이예원과 동반 라운드한 박민지가 이 홀에서 티샷을 모두 물에 빠뜨렸다. 이예원은 보기 퍼트를 욱여넣어 피해를 최소화한 뒤 다음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 만회했다. 이예원은 역시 어려운 파3인 17번 홀에서 다시 위기를 맞았지만, 클러치 퍼트로 점수를 지켰고,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반면 13번 홀까지 공동선두였던 박민지는 14번 홀에서 티샷을 물에 빠뜨린 후 더블보기를 했다. 다음 파 3인 17번 홀에서는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한 번에 나오지 못해 다시 더블보기를 했다.

지난주 개막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두 번째 대회에서도 최종 라운드 단독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방신실은 12번 홀까지 잘 나가다가 이후 세 홀에서 보기, 보기, 더블보기로 4타를 잃어 우승 기회를 놓쳤다.

투어 9년 차로 첫 우승을 노리던 최민경은 마지막 홀에서 버디 퍼트를 넣지 못해 연장전에 가지 못했다. 이제영이 합계 6언더파 3위, 황유민·홍정민·김민주·박주영·김우정·이정민·최예림 등이 5언더파 공동 4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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