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AI와 함께하는 바둑 해설] 무너진 포위망

〈본선 16강전〉 ○ 신진서 9단 ● 쉬하오훙 9단

장면 5

장면⑤=신진서 9단에게 “AI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냐”고 묻자 “AI는 나의 바둑 친구”라는 답이 돌아왔다. 온종일 붙어 지내며 함께 의논하고 씨름하는 동안 얼마나 정이 들었을까. 그들의 관계는 다른 사람이 함부로 상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백1은 궁여지책으로 보이지만 생과 사를 가르는 한 수다. 신진서의 이 한 수에 흑은 감히 막지 못하고 흑2로 늦춘다. 백은 유유히 3으로 빠져나가고 7에 이르러 대해로 나간다. 흑의 포위망은 왜 이렇게 쉽게 뚫렸을까. 왜 뚫려야 했을까.

흑 사망

◆흑 사망=흑1로 막는 것이 당연한 기세 같지만 이건 사망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백2, 4의 선수. 그리고 6으로 빠지는 수로 인해 흑은 두 집을 내지 못한다. 10에 두면 수상전에서 백승이다.

실전 진행

◆실전 진행=흑1로 받자 백2가 시원하다. 갇혀있던 백이 넓은 바다로 터져나가면서 AI 그래프는 급격하게 변했다. 전엔 5대 5라 해도 흑쪽으로 조금이라도 기울었었는데 지금은 백이 승률 80%, 4집 우세가 됐다. 백4로 실리를 확보한 뒤 6, 8로 대마에 탄력을 붙이며 백은 일거에 승세를 잡았다.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