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현대차 광고전략에 美산업 희생”…현대차, “우리만 유리한 것 아냐”

중앙일보

입력

현대차 미국 홈페이지(hyundaiusa.com)에 소개된 아이오닉 리스 고객 7500달러 혜택 안내. 사진 홈페이지 캡처

현대차 미국 홈페이지(hyundaiusa.com)에 소개된 아이오닉 리스 고객 7500달러 혜택 안내. 사진 홈페이지 캡처

“7500달러(약 999만원)의 전기차 리스 혜택을 적용받으시고…”

현대자동차 미국 홈페이지에서 전기차(EV) 아이오닉5를 클릭하면 이 같은 안내 문구가 나온다. 구매가격 4만1000~5만9000달러(약 5461만~7858만원)인 아이오닉5를 리스(lease)로 구매하면 할인 혜택을 준다는 얘기다. 리스는 금융사가 차를 대신 산 뒤 계약 기간 동안 일정 요금을 받는 조건으로 고객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장기렌터카와 유사하다.

혜택의 원천은 사실 현대차가 아닌 미 정부다. 미국은 2022년 8월 발효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75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주고 있다. 차를 산 금융사가 받는 세금 혜택을 고스란히 리스 고객에게 준다는 뜻이다.

미 EV 시장 2위 올랐는데

현대차가 이런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북미 생산 차량에만 IRA 세금혜택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는 주로 한국·인도네시아 등에서 만들어진다. 미국에서 본인 명의로 수입된 아이오닉5를 사려는 고객은 7500달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에 대해선 세금 혜택을 똑같이 누릴 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업계의 요청에 따라 미 정부가 예외 사례를 둔 것이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는 지난해 테슬라(55.1%)에 이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 2위(점유율 7.8%)를 기록했다.

미 의회조사국(CRS) 문건 중 현대차 언급 부분(빨강 표시).

미 의회조사국(CRS) 문건 중 현대차 언급 부분(빨강 표시).

그런데 현대차의 이런 전략을 미 의회가 달갑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의 상승세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 미 의회 문건이 최근 공개됐다. 미 의회조사국(한국의 국회입법조사처 격)은 이달 1일 자로 작성한 2쪽짜리 보고서 ‘리스 전기차에 대한 세액 공제 예외’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 등 광고에 나오는 소비자 혜택을 ‘전술’(tactic)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를 예로 들어 “북미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아이오닉5를 두고 리스 고객들에게 ‘7500달러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리스 전기차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둠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미국 국내 산업을 희생시킨다(at the expense of domestic industry)”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의회조사국의 의견일 뿐 공식 제재 효과가 있진 않다. 현대차 등 국내 업계는 현재 적극적인 대응은 하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정부 대응을 담당하는 로버트 후드 현대차 부사장이 2022년 12월 IRA에 따른 예상 불이익과 관련해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를 재검토(reassess)할 수 있다”고 맞선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2021년 11월 디트로이트의 GM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바이든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2021년 11월 디트로이트의 GM 전기차 공장을 방문한 바이든 미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 보고서가 향후 미 의회의 전기차 세금 개정 논의에 공식 참고자료로 쓰일 수 있어 한국 정부와 국내 차 업계가 주시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자국 산업 보호를 내세우고 있는 점도 업계의 우려 대상이다.

현대차는 이번 보고서에 자사가 언급된 데 대해 “해당 규정은 완성차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특정 업체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 중 리스 비율은 59%에 이른다.

현대차는 “연말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전기차 전용공장) 양산을 시작으로 전기차 현지 생산 비율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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