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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칼 테러' 논란 황상무 "상대방 입장 헤아리지 못했다"…사퇴 언급은 없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언론인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황 수석은 16일 출입기자 알림방에 ‘사과 말씀드립니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저의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언론인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도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썼다. 이어 “앞으로는 공직자로서 언행을 각별히 조심하고, 더 책임 있게 처신하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황 수석은 지난 14일 출입기자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 내가 군 정보사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언급한 뒤 “농담이었다”고 말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1988년 당시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인 오홍근 기자가  군사정권에 대해 비판적 내용이 주로 담긴 ‘오홍근이 본 세상’을 월간중앙에 연재하던 중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게 당한 테러 사건이다. 오 기자는 당시 허벅지가 크게 찢기는 중상을 입었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야당과 언론단체들의 비판 등으로 논란이 이어지자 황 수석은 MBC 보도 이틀 만에 사과문을 냈다. 언론인과 군 정보사 테러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에 대해 사과했지만,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KBS 기자 출신인 황 수석이 '언론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그런 엄혹한 시절이 있었다'며 예로 든 과거 사례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유 여하를 떠나 발언 자체가 부적절했기에 본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한 참모는 “기자들과 밥 먹으면서 개별 기자를 협박 한다는 게 가능한가”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과 언론단체는 황 수석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특정 언론에 ‘(기자가) 회칼로 두 번 찔린 거 알아?’라고 하는 게 농담으로 들리나”라고 비판했고, 녹색정의당은 지난 15일 “대통령실의 언론에 대한 명백한 살해협박”이라고 논평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지난 15일 성명에서 “평생 군사독재에 맞서다 지금은 고인이 된 오홍근 기자에 대한 만행을 태연하게 언급한 것은 언론의 비판이 불편하다고 느끼면 모든 기자를 표적으로 ‘테러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위협이나 마찬가지”라며 황 수석 해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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