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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바다 화약고’ NLL 이상징후 감지했나…서북도서 증원훈련 전격 실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큰 ‘요주의’ 지역으로 꼽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군 당국이 대규모 증원훈련을 실시했다. 군 당국이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실시한 서북도서 증원훈련에서 해병대 공격헬기(AH-64), 기동헬기(CH-47, UH-60)가 연평도 일대에 착륙해 증원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해병대

지난 15일 인천 옹진군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실시한 서북도서 증원훈련에서 해병대 공격헬기(AH-64), 기동헬기(CH-47, UH-60)가 연평도 일대에 착륙해 증원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해병대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는 지난 15일 해병대 신속기동부대와 해군 상륙함(LST-Ⅱ), 해병대 상륙기동헬기(MUH-1)·상륙돌격장갑차(KAAV) 등 해군·해병대 신속기동부대뿐 아니라 육군 특전사와 공격헬기(AH-64)·기동헬기(CH-47, UH-60) 등을 동원해 서북도서 증원훈련을 진행했다. 북한이 서북도서에서 도발을 감행할 경우 부대와 화력 등 현장전력과 합동전력을 신속히 통합 운용해 방위태세를 완비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훈련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기존에 백령도 중심으로 실시된 병력 증원이 연평도에서도 실제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군 관계자는 “상륙함에 탑승한 신속기동부대가 백령도로 향했고, 동시에 육군 특전사가 항공기를 이용해 백령도와 연평도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증원 절차를 숙달하기 위한 실전성을 더욱 강조했다는 평가다.

서방사 주관으로 통상 1년 두 차례 열리던 해당 훈련은 2017년 이후 열리지 않다가 지난해 5월 6년 만에 재개됐다. 훈련의 규모 상으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남북 간 9·19 군사합의가 금지한 ‘군사분계선(MDL) 5㎞ 이내 연대급 이상 기동훈련’에 포함되진 않지만,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일시 중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 기간이던 지난 7일에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로저 B. 터너 미 제3해병기동군사령관의 지도로 유사시 미 해병대 전력이 신속히 서북도서를 지원하는 공조 훈련을 벌였다. 또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케이맵(KMEP·Korea Marine Exercise Program)의 합동최종공격통제관 훈련(전투기·폭격기의 정밀 폭격을 유도하는 훈련)에는 미 해병대 항공함포연락중대가 참가하기도 했다.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지난 15일 적 도발 시 서북도서 방위태세를 완비하기 위해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대규모 증원훈련을 실시했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MUH-1), 육군 공격헬기(AH-64)·기동헬기(CH-47)가 백령도 일대에 착륙하여 증원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해병대

해병대 서북도서방위사령부는 지난 15일 적 도발 시 서북도서 방위태세를 완비하기 위해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대규모 증원훈련을 실시했다. 해병대 상륙기동헬기(MUH-1), 육군 공격헬기(AH-64)·기동헬기(CH-47)가 백령도 일대에 착륙하여 증원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 해병대

군 당국의 이런 집중적인 서북도서 훈련은 북한의 NLL 도발 가능성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항공육전병(공수부대) 훈련을 참관하며 “인민군대의 기본임무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전쟁준비”라고 강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소식을 전하며 “수송기들이 훈련장 상공에 날아들고 전투원들이 우박같이 가상 적진에 쏟아져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소연평도) 점령을 우선순위로 상정하고 공중 침투 훈련을 벌인 것일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로 지난 15일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공수부대)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로 지난 15일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공수부대)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은 지난 1월에도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 영공, 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도발로 간주될 것”이라고 위협한 적이 있다. NLL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NLL을 넘는 구역에서 영해 자위권 행사로 포장한 도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북한이 FS 기간인 지난 5일부터 사흘 간 서해 5도 상공을 향해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전파를 쏜 대목 역시 눈여겨 볼 만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남북의 해상 화약고로 불리는 NLL의 민감성을 현재 국면에서 한껏 활용하겠다는 게 북한의 의도”라며 “지난해 말부터 ‘전쟁 준비’, ‘남조선 영토 평정’을 꺼내들고 각종 훈련을 벌이는 북한을 향해 우리 군도 억제 차원의 훈련에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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