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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한동훈 뒤집기 바람에…이재명 물갈이 승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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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호 01면

정치 전문가 5인, 총선 ‘SWOT분석’

대통령 선거는 한 번 판이 짜이면 그대로 간다. 요동치듯 보여도, 흐름 자체는 견고하다. 총선은 다르다. 몇몇 지역구에서 몇% 정도의 이탈로도 승부의 모양새가 달라질 수 있다. 양당 승부에서 한 석을 잃는 건 상대 당이 한 석을 얻는 걸 의미하고 결국 2석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요동치듯 보이면 실제로도 요동친다.

31% 대 37%. 32% 대 37%.

한국갤럽이 5~7일과 12~14일 각각 전국 만 18세 이상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에서 나타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도다. 큰 차이는 없다. 서울만 떼놓고 보면 완전히 다르다. 24% 대 45%였던 게 32% 대 30%로 역전됐다. ‘튀는 조사’일 수 있지만 민심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4·10 총선 공천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여야 모두 ‘판을 유리하게 흔들’ 전략 행보를 본격화했다. 15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광주와 전남 순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부산과 울산을 방문해 각각 “야당 심판론”과 “정권 심판론”을 외쳤다. “이재명, 통진당 같은 후진 세력이 대한민국을 후진시키는 걸 막겠다”(한 위원장), “일본인과 같은 생각하는 사람을 공천하는 등 국민을 알로 본다”(이 대표) 등 발언도 한층 세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접근법에 대해 “상대방의 약점과 위협 요인을 들추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김봉신 메타보이스 이사 ▶박동원 폴리컴 대표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 ▶조귀동 정치경제칼럼니스트 등 5명의 전문가에게 양당의 강점(S)·약점(W)·기회(O)·위기(T) 요인을 뽑는 ‘스왓(SWOT) 분석’을 의뢰했다.

☞SWOT 분석=기업이나 브랜드 혹은 제품의 내·외부 환경을 강점(Strengths),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ies), 위협(Threats)의 네 가지 요인으로 분석하여 전략을 수립하는 경영전략분석 도구이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S. 여 프리미엄 vs 야 조직력=5명의 전문가는 한 목소리로 ‘한동훈 비대위’ 체제를 국민의힘 강점으로 꼽았다. “심판론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개발·민생 중심 캠페인이 가능해졌다”(김봉신)거나 “중도·무당층에서 평가가 긍정적”(이준호)이란 이유에서다.

정부 차원의 정책을 쏟아낼 수 있는 ‘여당 프리미엄’은 또 다른 무기다. “광역 단위 개발 공약은 분명한 장점”(조귀동)이라는 것이다. 또 나경원(서울 동작을)·원희룡(인천 계양을)·안철수(경기 분당갑) 등 인지도 높은 정치인을 전진 배치한 것에 대해 “총선은 ‘바람 선거’인 만큼 언론이 주목하는 다양한 스타는 분명한 강점”(박동원)이란 분석도 있다.

민주당의 강점으로는 156석 중 58곳(37.1%)에서 현역 의원이 교체된 큰 폭의 물갈이가 꼽힌다. ‘비명횡사’ 논란 속에서도 “586 심판론을 조기에 차단했고”(김봉신), “김부겸·이해찬 공동선대위 체제로 전환해 지지자가 돌아올 명분이 생겼다”(박동원)는 것이다.

“이재명 사당화” vs “정권 실정 심판”상대 약점에 화력 집중

총선 ‘SWOT 분석’

총선 ‘SWOT 분석’

4년 전 122석 가운데 103석을 싹쓸이한 수도권의 조직력도 비교 우위다. “민주당이 2014년 이후 연전연승하면서 조직 기반이 탄탄해졌다. 단 2년 집권한 국민의힘이 뒤집기엔 역부족”(조귀동)이란 분석이다. 이른바 스타 정치인은 적지만 “현역 의원은 물론 자치단체장, 청와대 출신이 많아 후보군의 전반적인 커리어는 비교 우위”(윤태곤)라는 시각이 있다.

W. 윤 정부 부정평가 vs 공천 갈등=국민의힘의 약점으로는 57%(한국갤럽, 12~14일)인 윤석열 대통령 부정평가 여론이 꼽혔다. “부정평가 여론이 50% 중반대로 굳어진”(조귀동) 상황에서도 “국민 여론과 간극을 좁히려는 기조 전환이 없다”(이준호)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반감도 여전하다”(김봉신)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의 약점으로는 ‘비명횡사’ 공천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私黨化)를 부인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윤태곤)는 점이 꼽힌다. “탈당자의 지역구 출마와 ‘친명 공천’ 논란으로 중도층 이탈 가능성이 커졌다”(김봉신)는 것이다. “여당의 개발 공약에 맞설 민주당만의 지역 정책공약이 안 보인다. 이재명 대표 피습 직후 서울 후송도 상징적 장면”(조귀동)이란 지적도 나왔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O. 야권 분열 vs 경제위기=수도권에 집중된 민주당 탈당자의 출마는 여당의 기회 요인이다. 서울 영등포갑에서 세 차례 당선된 김영주 의원이 빨간 옷으로 갈아입었고, 홍영표(인천 부평을)·설훈(경기 부천을) 의원은 이 지역 민주당 표를 적잖게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찍지 않을 중도층이 친명·비명 싸움에 투표를 포기하면 여당에 기회가 열린다”(조귀동)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4%였던 성장률이 보여주듯, 경제위기 상황은 민주당의 기회다.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면 민심이 이반하고 정권심판론이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박동원)는 것이다. 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료계와의 갈등도 “총선 전 해결이 쉽지 않은데, 분명 피로감이 있다”(윤태곤)는 점에서 야당의 기회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총선 직전 극적으로 수습의 물꼬를 틀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의 득표에 도움이 된다”(이준호)는 전망도 나왔다.

T. 이종섭 출국 논란 vs 조국혁신당=전문가들은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된 후 지난 4일 출국한 것이 국민의힘의 총선 악재라고 지목했다. “선거 중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유권자가 집중하게 된다”(박동원), “외신 보도가 이어질 경우 외교 문제에 민감한 보수층이 흔들릴 수 있다”(김봉신)는 이유에서다.

장바구니 물가도 여당 입장에선 위협 요인이다. 민주당이 집값 폭등으로 5년 만에 권력을 내준 것처럼 “민심에 불을 붙이는 건 역시 먹고사는 문제”(이준호)라는 것이다.

민주당엔 덩치를 키우는 제3지대 정당이 위협 요인이다. 특히 지지율이 가파르게 치솟은 조국혁신당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렵다. “진보 지지층 파이를 빼앗아 민주당 구심력을 약화할 것”(조귀동)이란 전망과 함께 “검찰개혁 이슈가 전면에 등장하면 민주당세가 중도층으로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윤태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조국 대표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윤 대통령을 총선 판에 불러낸 점은 기회 요인”(박동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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